'개강 연기'에 대학생들 "등록금 환불해야"…학교 "수용 곤란"

학생들 '수업권 침해' 주장, 대학은 "등록금엔 행정서비스 비용 등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개학을 미루고 강의도 온라인으로 대체한 대학들은 요즘 입장이 난처하기만 하다.

학생들이 대학 측의 이런 조치로 수업권 침해 등 피해를 봤다며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서다.

경기도에 있는 한 대학교 익명 페이스북에는 최근 등록금 환불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다.

한 학생은 게시글을 올려 "학과 특성상 실기 위주로 수업이 이뤄지는데 등록금을 다 내는 게 아깝다고 느껴진다"며 "휴학 계획은 없었는데 손해를 보고 다니자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학생은 "등록금 500만원이 한두푼도 아니고 이런 식(온라인 강의 등 대체)으로 처리한다면 그 돈이 뭐가 될까 싶다"며 "학교 행사비 또는 강의비를 포함한 금액을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라도 보상해 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전국 27개 대학 총학생회로 구성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이 지난달 27일 1만2천여명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개강 연기 및 온라인 수업 대체 과정에서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83.8%가 '매우 필요하다' 또는 '필요하다'고 답했다.

전대넷은 같은 달 28일 교육부와 면담해 학교별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에 학생 참가를 보장하고 등록금을 반환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0년 넘게 등록금을 동결하며 매출 감소를 감수한 학교들은 학생들의 요구를 전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또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초점이 현재 '방역'에 맞춰진 상태여서 등록금 반환 여부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것도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말한다.

도내 A 대학 관계자는 8일 "등록금에는 수업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학적 유지를 위한 행정 서비스와 수업 연구에 대한 투자 비용 등이 포함된다"며 "대학은 원가 회계 개념이 잘 정리돼있지 않아서 환불한다 해도 '적정 금액'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0여년간 같은 등록금 액수를 유지하며 학교 매출이 늘지 않는 상태에서 등록금 반환까지 실제 이뤄진다면 대학들은 더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B 대학 관계자는 "'예체능이나 이공계 등 실기 수업 위주로 이뤄지는 학과의 경우 온라인 강의만으로 부족하다'는 학생들의 의견은 일리 있다"면서도 "다만 지금은 방역에 최선을 다해야 하므로 먼저 코로나19 사태를 지켜보고 추후 정부와 학생, 학교가 함께 이 문제를 신중하게 토론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대학은 수업의 질을 걱정하는 학생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방학 기간 중 '집중 학기 이수 제도'를 전면 도입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대학 측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된다면 온라인 강의 수도 많아질 것으로 보여 보충 수업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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