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부족하다더니"…정부, 의료봉사 지원 한의사만 제외

보건당국, 한의사 의료봉사 지원 합류 요청 3차례 '외면'
"국가 재난 상황서 한의사-의사 차별…불공정해" 불만

3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경기장에 마련된 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차량 내부에서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대구·경북을 돕기 위해 전국 한의사들이 나섰지만 정부가 이를 외면해 논란이 예상된다.

한의사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부족한 의료진 확보를 위해 자원봉사를 독려하는 정부가 유독 한의사만 제외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강력 항의하고 있다.

◇ 대한한의사협회 "의료인 지원 참여 의사 복지부에 3차례 전달했지만 거절"

전국한의과대학과 한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수들로 구성된 예방한의학회는 6일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건강 수호를 위해 한의사를 즉각 감염 관리에 투입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성명을 내 "정부가 한의사들을 대구·경북 지역의 감염 관리에 투입하지 않는 것은 비합리적이고 위법적인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이 이같은 성명을 낸 배경에는 정부가 지난달 24일부터 대구 지역에서 활동할 '코로나19 진단 및 치료봉사 의료인력'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한의사를 배제했기 때문이다.

대한한의사협회는 모집 공고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보건복지부 등에 의료봉사 참여 의사를 밝힌 한의사 50명의 명단을 전달했다. 그러나 복지부 등은 "한의사는 대상이 아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의가 거세지자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권준욱 부본부장은 지난달 29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의료인의 직역이나 자격 범위 및 면허 등과 무관하게 모든 자원적인 노력을 다 수용하고 각 영역에 맞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에 한의사협회는 지난 1일과 3일 2차례에 걸쳐 의료봉사 참여 의사를 밝힌 한의사 99명의 명단을 보건복지부 등에 전달했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 "한의사도 역학조사 업무 가능한데…왜 배제하나"

전국 한의과대학과 한의학 전문대학원에서는 예방의학과 공중보건학과목 등을 필수 과목으로 수강한다. 감염병의 역학과 관린에 대한 교육을 받고 국가시험을 통해 평가도 받는다.

또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는 모두 감염병 환자 진단에 대해 소속기관의 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신고할 의무가 있고 인체 검체 채취 및 시험을 할 수 있는 역학조사반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의사가 코로나19 역학조사원으로 활동하는 데 법적 제약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올해 신규 공중보건의사 742명 전원을 조기 임용하고 교육 기간을 단축해 최근 방역 현장에 긴급 투입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현장 의료진이 부족한 데 따른 조치였다.

권오빈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브리핑에서는 직역 구분없이 받겠다고 밝히면서 정작 현장 담당자들은 그런 지침을 받은 적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운영하던 한의원을 쉬고 현장에 나가려고 하는 한의사들이 봉사하려는 선한 마음을 무시당하고 직역 차별도 당해 두 번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 국가 재난 상황을 한의사-의사 간 '밥그릇 싸움' 양상 만든 정부

대한한의사협회는 이런 상황에서 유독 한의사의 자원봉사 의료 지원을 정부가 받지 않는 건 의사와 비교해 매우 차별적인 처우라고 주장한다. 한의사들이 의료 현장에서 침을 놓고 한약을 처방하는 게 아닌 검체 채취 업무를 하겠다는 건데 이를 거부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직역을 구분하지 않고 의료봉사 인력의 자원을 받겠다고 하면서 정작 현장에서는 배제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것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가 재난 상황에서 의사와 한의사 간 '밥그릇 싸움'이 벌어지는 것 같은 상황을 만든 것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최혁용 회장은 "의과와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은 70%가량이 동일하고 검체 채취 등에 대한 교육 역시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며 "코로나19의 예방 및 방역조치 등을 위해 민‧관‧군 등 모든 역량과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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