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막말 폭탄에서 친서로' 하루 사이 급반전…왜?

청와대 비난 담화와 친서의 연결고리는 문 대통령
하루 사이 급격한 반전, 우연 가능성은 낮아
북한식 분리 대응 원칙에 따른 친서 전달로 관측
남북방역협력·북한관광 등 교류 협력 가능성 가시화
“친서 교환을 너무 비약해 남북관계 전망은 금물”

사진=연합뉴스
북한의 최고지도부가 3일 청와대를 향해 막말 폭탄의 담화를 내더니 그 다음날인 4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코로나 극복을 응원하는 친서를 보냈다. 하루 사이에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급격한 반전인 만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3일 낸 담화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일 보낸 친서 사이에는 공통분모가 하나 있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3일 밤 담화를 통해 북한의 군사훈련에 유감을 표명한 청와대를 향해 조롱조의 말투까지 섞어가며 원색적인 비난을 하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판은 끝까지 피했다.

한미연합훈련 취소의 배경을 비난할 때도 이를 문 대통령의 책임으로 특정하지 않고 "청와대 주인들"이라는 통칭을 썼다. 청와대와 문 대통령을 분리함으로써 남북관계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은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는 바로 완전히 닫지 않은 그 문을 통해서 왔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남측이) 반드시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 남녘 동포의 소중한 건강이 지켜지기를 빌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하며 마음뿐 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표하고, “문 대통령이 코로나19를 반드시 극복할 수 있도록 조용히 응원 하겠다. 문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보냈다”는 것이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전언이다.

하루 사이에 일어난 이런 급격한 반전이 우연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요한 포인트는 김 위원장의 이번 친서가 감정적, 즉흥적 행동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김 위원장은 사안의 경중과 성격에 따라 원칙적인 대응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통상적인 군사훈련에 대해 대응하는 차원에서 청와대를 극력 비난하면서도 남측의 코로나 사태에 대해서는 별도의 입장을 낼 필요성을 느낀 듯하다”며,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 현안과는 별개로 자기 입장에서 무엇인가 의견을 피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정상 국가의 지도자로서 행동한다는 점을 주목해야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담화와 ‘코로나 19를 반드시 극복할 수 있도록 문 대통령을 조용히 응원하겠다’는 친서의 내용처럼 결이 완전히 다른 메시지가 하루 사이에 연달아 나올 수 있는 배경에는 이런 북한식 ‘분리 대응 원칙’이 작용한다는 얘기이다.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 먼저 친서를 전달해 남북 정상간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것도 결국 분리 대응원칙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청와대에 대한 막말 비난 공세 속에서도 남북 정상간 톱다운 소통 채널을 남겨둠으로써 최악의 대립과 갈등 상황만큼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 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2018년 이후 북미 정상외교 과정에서 볼턴과 폼페이오 등 미국 관료들을 극력 비판하면서도,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교환 등 북미 정상간 채널을 유지하며 위기를 관리했다”며, “김 위원장의 이런 대미 전략이 남북관계에도 적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친서를 통해 코로나 극복을 위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에 화답하는 친서를 보낸 만큼, 코로나 대응,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북한관광 등 인도주의적이고 동포적 차원에서의 남북협력이 가시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 위원장은 코로나 사태 진정 이후 남북보건 및 관광협력을 위한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이번에 문 대통령에게 위로 친서를 먼저 보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북한에게 보건의료지원과 협력을 제공할 수 있다면 남북 대화와 협력도 자연스럽게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북한의 분리 대응 원칙을 감안할 때 “친서를 두고 너무 비약해서 남북관계를 전망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친서 교환을 토대로 남북 협력이 이뤄진다고 해도 그 전도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얘기이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북한은 비유하자면 전기를 직류와 교류 두 개를 갖고 있는데, 군사 훈련처럼 내부문제를 건드리면 직류처럼 바로 강력 대응에 나서고, 동포애적·인도주의적 현안이나 최고 지도자의 위상을 높이는 문제는 차원을 달리해 교류로 대응한다”며, “분리대응 원칙과 자체 일정에 따라 멀지 않은 장래에 미사일 발사 훈련을 또 다시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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