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의 위성우 감독은 "KB스타즈에는 박지수와 쏜튼 뿐만 아니라 농구를 가장 잘하는 나이대의 선수들이 많다"며 1위 경쟁 라이벌의 탄탄한 주전 라인업을 칭찬했지만 승부처에서는 우리은행 선수들의 집중력이 한수위였다.
특히 프로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특급 유망주 박지현의 활약이 돋보였다.
박지현은 5일 오후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원큐 2019-2020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스타즈와의 정규리그 1-2위 맞대결에서 4쿼터 막판 눈부신 활약으로 우리은행의 54대51 역전승을 이끌었다.
박지현은 팀이 48대51로 뒤진 4쿼터 종료 1분21초를 남기고 박혜진의 어시스트를 받아 귀중한 골밑 득점을 터뜨렸다.
박지현의 움직임이 절묘했다. 골밑에서 스크린을 거는 척 하다가 골밑으로 파고든 타이밍이 기막혔다. 작전타임 직후에 전개된 공격으로 위성우 감독이 즉석에서 만든 패턴을 선수들이 완벽하게 수행했다.
이 장면이 결정적인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위성우 감독은 "처음에는 3점슛으로 동점을 노릴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질 때 지더라도, 경기를 망치더라도 박지현에게 공격을 시켜야겠다 생각했다. 점수차가 벌어져야만 자기 공격을 하는 선수다. 이번에는 지더라도 그에게 결정권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지현은 "감독님께서 그런 득점을 할 줄 알아야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을 많이 하신다"고 말했다.
박지현의 활약은 계속 됐다. 이어지는 KB스타즈의 공격에서 상대의 인바운드 패스를 가로채는 결정적인 수비를 해냈다. 기세를 몰아 속공을 전개해 종료 49.6초 전 김소니아의 역전 레이업을 어시스트했다.
4쿼터 초반 한때 11점차로 밀렸던 우리은행이 52대51로 스코어를 역전한 순간이다. 우리은행은 상대의 막판 추격을 뿌리치고 3점차 승리를 지켰다.
우리은행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마치 우승한 것처럼 기뻐했다.
정규리그 우승 가능성을 높이는 값진 승리였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시즌 전적 20승6패를 기록해 KB스타즈(20승7패)로 밀어내고 단독 1위를 탈환했다. 무엇보다 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 상대 전적 4승2패로 우위를 점한 게 크다.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잔여 4경기, KB스타즈는 3경기만을 남긴 가운데 양팀의 최종 승패가 같을 경우 우리은행이 우승을 하게 된다.
박지현은 "프로에 와서 이런 경기를 처음 하는 것 같다. 정규리그 우승이 걸린 중요한 경기였다"며 "이렇게 경기가 끝날 때 기쁜 적은 없었다. 너무 뜻깊었고 이겨서 다행이다"라며 웃었다.
14득점 5어시스트 5리바운드로 활약한 박혜진은 "정말 중요한 경기라는 사실을 선수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선수들 모두 평소보다 집중력이 좋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