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주로 다선(多選) 의원들에 대한 피로감과 중진 물갈이론, 지역 밀착형 선거운동 등을 내세워 민심을 얻어왔던 것으로 평가된다.
◇ 장수생들에게 밀린 초선 의원들
이들의 패배 원인으로 당 안팎에선 "현역 아닌 현역 아니냐"며 약세일 수밖에 없다고 봤다. 정 의원은 20대 국회 임기 종료까지 8개월을 앞두고 비례대표로 원내에 입성했고 손 의원은 국민의당 시절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한 전력 때문에 이미 '미운털'이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의 경우, 다른 비례대표 의원들처럼 일찌감치 지역을 정해 경선을 준비할 겨를이 없었던 게 탈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정 의원의 상대였던 김만수 전 부천시장과 서영석 대한약사회 정책기획단장 모두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오던 후보들로, 권리당원과 일반시민 투표에서 정 의원을 압도했다.
다만 현역의원인 원혜영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면서 시장으로 재임했던 김 전 시장을 서전 단장이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장애인 가산점(25%) 덕분이라는 후문이다.
이 지역을 잘 아는 민주당 관계자는 "김 전 시장이 일반 시민 투표에서 20% 차이로 서 전 단장을 이겼지만, 권리당원에선 12% 차이로 졌다. 합산하면 8% 차이밖에 안 났다"며 "서영석 후보가 장애인 가산점을 받아 결국 13% 안팎의 차이로 이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금주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에서 국회의원을 지내고 나주시장까지 재선했던 신정훈 전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에게 공천권을 내줬다.
둘은 20대 총선에서 맞붙기도 했다. 당시 패배했던 신 전 비서관이 그 뒤로 지역위원장을 역임하며 다수 권리당원을 모아왔던 게 승리 요인으로 꼽힌다.
◇ 구청장에게 밀린 '마의 3선'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서울 강동구에서 세 번이나 구청장을 지내면서 심재권 의원를 상대로 인지도 면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통상 현역의원들은 인지도에서만큼은 경선 상대를 앞서지만, 구청장 출신들의 경우 이같은 약점을 피해갈 수 있다.
이 대변인은 "심 의원이 강동을에서 세번 떨어지고 세번 당선되는 동안 지역에선 교체 요구, 새 사람으로 갈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저변에 흐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재선 구청장 출신인 김영배 전 성북구청장도 비슷한 이점을 등에 엎고 경선에서 3선의 유승희 의원을 이긴 것으로 평가된다. 또 민주당세가 강한 성북갑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비서관으로 일했던 것 역시 지역 민심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로 통한다.
3선 의원들의 경우 지역 관리 외 '4선에 대한 비전'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하면 공천을 받기 어렵다는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당에서 3번씩이나 공천권을 받은 것 자체가 특혜인데, 나름의 전문성이나 당 대표·원내대표 등 지도부의 반열에 오를 정도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다른 후보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당 안팎에선 지배적이다.
◇ 폭발한 다선(多選) 피로감
선수(選手) 교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다선 의원들에 대한 피로감이다. 이에 더해 중진 물갈이에 대한 당내 갈증도 다선 의원들이 패배한 원인이다.
상당수 중진들이 '현역의원 하위 20% 명단에 들었다'는 말이 당 안팎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였을 정도로 이들에 대한 염증은 극에 달했었다는 후문이다.
일례로 민병덕 변호사는 이석현 의원(5선)과 권미혁 의원(비례대표 초선)을 나란히 격파했고, 강득구 전 경기도 연정부지사도 이종걸 의원(5선)을 눌렀다.
민 변호사는 "안양 동안갑에서 10년을 닦았다. 이번이 세번째 도전"이라며 "정치에 관심 많은 권리당원 표차만 22%였다. 우리 동네에서 세 아이를 키우고 법무법인을 운영하는 나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돼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의원이 4선 도전 당시부터 은퇴를 시사했지만 이를 번복했던 것도 다선의원에 대한 피로감을 더하는 요인이 됐다.
강득구 전 경기도 연정부지사도 비슷한 경우다. 강 전 부지사의 경우 경기도의회 의장을 지냈을 만큼 지역 사정에 밝다는 평이다.
강 전 부지사는 "변화에 대한 요구가 컸다. 또 선수가 높다 보니 이종걸 의원은 중앙 정치에 집중했고 나는 상대적으로 지역에 더 밀착할 시간이 있었다"며 "35살 때부터 도의원하면서 주민들과 더 만났고 지지 기반을 쌓은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