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기자협회(이하 전기협)는 지난해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명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뜨거운 논쟁에 휩싸였을 당시 조 장관 측이 '김영란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국모 사무총장 이름으로 발표했다.
협회 소속 기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발표됐다는 이 성명서는 조 장관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면서 "(조국 딸 부산 의전원 장학금이) 과연 김영란법 적용이 안될까? 법을 책임지는 조 후보자는 스스로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라고 꾸짖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조 장관에 대한 '임명철회'를, 더불어민주당에는 '임명철회 요청'을, 자유한국당에는 '야당 역할 못하면 총사퇴'라는 요구사항을 덧붙였다.
그런데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언론사 기자들이 모인 전기협의 국 사무총장이 신천지 장로로 협회를 운영하면서 자유한국당 정치 활동까지 참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2일에도 전기협에서 '월요브리핑'을 진행한 국 사무총장은 정말 신천지 간부급인 장로일까.
CBS노컷뉴스가 5일 국 사무총장과 단독 인터뷰한 결과 '사실'이었다.
국 사무총장은 현재 전기협 사무총장인 동시에 신천지 장로회 소속인 전국장로선교협의회 사무총장이면서 장로로서 신천지 홍보와 기성 교회 반대운동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치고 있다.
신천지 전국장로선교협의회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소속 교단 내 교회 장로로 있다가 신천지로 교회를 옮긴 장로 출신들의 모임이다. 물론, 기성 교회에서 장로 등의 직분이었다고 해서 신천지에서도 동일한 직분을 맡을 수는 없다. 10년 간 신천지에 다닌 국 사무총장에 따르면 '장로 사령장'을 받아야만 가능하다.
다만 국 사무총장은 약 150명 매체 기자들이 등록된 전기협과 신천지와의 연관성은 강하게 부인했다. 전기협 홈페이지에는 신천지의 기관지 역할을 하는 천지일보 등이 포함된 약 50여개 언론사 이름이 기재돼 있지만 이 역시 선을 그었다.
그는 "한국신문방송기자협회 사무총장을 하면서 총회장(신천지 교주 이만희씨)님 행사도 많이 했었다. 그런데 내가 신천지임이 드러나자 물러나라고 하더라. 그래서 전기협 사무총장을 지금까지 한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전기협은) 신천지와 전혀 무관하다. 신천지가 우리에게 밥을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이게 내 생업일 뿐"이라며 "주요 일간지 기자들도 여기 소속돼 있다. 그냥 기자들이 모인 단체이고 홈페이지 하단의 언론사들은 (전기협) 회원사가 아니라 해당 기자들이 가입돼 있어서 기재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국 사무총장은 2017년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국가안보위원회 안보전략단 부단장 자격으로 발대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단장의 권유로 발대식까지만 참석했을 뿐이라며 한국당과의 연관성도 거듭 부인했다. 그해 한국당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은 이철우 현 경북도지사가 맡고 있었다.
그는 "안보전략단 단장님이 내게 같이 하자고 했다. 그래서 발대식까지는 갔는데 나중에 돈을 내라고 해서 최종적으로는 하지 않았다"며 "정치활동 제의가 들어올 때는 내가 신천지 장로라서 해가 될 수도 있는데 괜찮겠느냐고 사전에 물어본다. 참여했는데 돈을 원하면 일절 하지 않는다. 나는 신천지임을 감춘 적도 없고, 떳떳하게 하니까 제발 엮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신천지 교인 입장에서 코로나19로 신천지를 비판하는 언론과 여론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이만희씨를 '아버지'에 비유하면서 코로나19 관련 은폐 의혹을 비롯해 신천지가 휩싸인 거짓말 논란을 정면 반박했다.
국 사무총장은 "진정성 있게, 객관적 입장에서 보도를 하지 않으니 무슨 이야기를 하겠느냐"면서 "우리가 범죄를 저지르거나 피해를 준 게 아니다. 정정당당하게 할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 세상이 다 신천지를 욕보이니까 숨어서 이야기를 안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씨의 사과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사기꾼,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몰려 있다. 이제 총회장님이 나오셨으니 (나도) 진실을 밝힐 거다. 총회장님은 아버지 같은 분이다. 성도들이 전염병에 걸리니까 그들을 살리고 싶은 마음에, 또 전체를 책임지고자 사죄한 것"이라며 "우리 성도들도 신천지에 피해가 미치니 개인적으로 잘못하지 않으려고 한다. (세상이) 그걸 알아야 되는데 모른다"고 한탄했다.
그러나 10년 간 신천지 활동을 하다가 탈퇴한 A전도사의 이야기는 달랐다. 신천지와 언론계는 떼려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7년 교주인 이만희씨가 "우리도 방송사를 가져야 한다"고 교인들에게 피력한 이후 위장 언론 활동은 더 활발해졌다.
A전도사는 이날 CBS노컷뉴스에 "신천지가 언론사를 이용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인터넷 언론을 세우거나 지역 언론사에 시민기자가 돼서 들어간다. 아니면 지역 언론사에 광고비를 주면서 신천지 기사를 내보내는 것"이라며 "결국 우호적인 여론 형성뿐만 아니라 섭외 활동, 외부 비판의 반박 자료로 사용되면서 내부 결속에도 목적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 사무총장처럼 애초부터 지역사회나 교회에 영향력이 있는 인물은 자신이 신천지임을 알리지 않는 일반 교인들과 달리 대외선전을 위해 이용된다. 따라서 '전기협'이라는 단체도 신천지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전기협 홈페이지에는 신천지와의 연결고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지난달 26일 신천지를 향한 비판이 쏟아지자 게시된 '코로나 이기는 법' 공지에는 '특정종교단체, 기관 등을 비난하거나 혐오하지 않기'라는 조항이 담겼다. 지난해에는 '사회봉사공헌대상' '2019 자랑스런대한민국시민대상' 등 시상식을 주최해 신천지자원봉사단에 대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A전도사는 "신천지는 임의 단체 형식으로 위장단체를 많이 만든다. 만약 설립하지 않았더라도 조직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신천지라면 신천지 단체"라며 "교회 장로들은 대다수 지역 유지다. 이렇게 신천지는 지역 사회에 영향력 있는 이들을 포섭해 사회적 지위를 활용하는 거고 이게 표심이나 지역 민심과도 연결돼 정치권에도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라고 전했다.
다만 이런 임의단체들이 주요 방송사·신문사 기자들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기자협회처럼 공신력 있는 언론사 기자협회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기자협회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에 "워낙 여러 기자 협회들이 있는데 그 설립 계기와 구성원에 대해서는 우리와 관계도 없고 전혀 알지 못한다. 실제로 한국기자협회와 이름을 착각해 우리가 종종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어 우려스럽다"라고 난감한 기색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