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대주주의 한도초과 지분보유 승인 요건 중 공정거래법 위반 요건을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은 이날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재석 184인 중 찬성 75인, 반대 82인, 기권 27인으로 부결됐다.
개정안은 전날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 통과가 전망됐지만 더불어민주당과 민생당, 정의당 등 범진보 진영 정당에서 대거 반대표가 나오면서 처리되지 못했다.
부결의 주된 원인은 개정안에 따라 케이(K)뱅크의 지분을 34%까지 늘리려는 KT가 공정거래법상 담합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이력이 있는 기업이라는 점이다.
현행 인터넷은행법은 정보통신기술(ICT)이 주력인 비금융주력자가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기존 보유 한도인 4%를 넘어서 34%까지 허용해주고 있지만, 최근 5년간 금융관련 법령과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요건으로 두고 있다.
때문에 범진보에서는 민주당 박용진, 정의당 추혜선, 민생당 채이배 의원 등 3명이 반대 토론에 나섰다.
박 의원은 "인터넷은행법은 불법기업을 위한 것이 아니고 혁신 기업을 위한 것인데 이번 개정안은 이런 신뢰를 깨는 것"이라며 "2018년 여야가 합의했던 인터넷은행법 개정의 취지도 KT와 같은 불법 기업에 대해 인터넷은행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채 의원은 "은행은 수많은 국민들의 예금을 받아 기업이나 개인에게 자금을 대출해주는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기업으로 국민들이 가장 믿을 수 있는 기업이어야 한다"며 "이번 개정안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시장경제를 해친 자도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인데, 이게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반면 미래통합당 정태옥 의원은 "이번 정부의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처리로 많은 분들이 우리 문재인정부에 대해서 칭찬을 했다"며 "인터넷은행 투자 기업들은 대부분 포털을 운영하거나 인터넷전문 산업 자본이기 때문에 사소한 것 조차도 독점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묶여있는데 이를 해소해야 한다"며 홀로 개정안에 대한 찬성 토론에 나섰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날 법사위를 통과한 만큼 본회의에서도 무난하게 처리될 것으로 기대했던 통합당 의원들은 표결이 부결로 나오자 단체로 자리에서 일어나 항의하며 본회의장을 떠났다.
이들은 "합의를 지켜줘야지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 독과점이다"라며 "양심도 없는 사람들이다. 합의는 왜 하고 법사위는 왜 통과시켰느냐"고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회의를 진행하던 주승용 국회 부의장은 "의결정족수가 안 되기 때문에 교섭단체 간 협의를 위해서 잠시 정회 요청이 들어왔다. 교섭단체 간 협의가 끝난 후 다시 속개하도록 하겠다"며 정회를 선포했다.
개정안 부결에 따라 KT는 대주주 등극을 토대로 한 자본 확보를 위한 유상증자 등 향후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