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코로나 시대의 우울, 그 너머 충격

[조중의 칼럼]

모든 일상의 패턴 바꾼 '코로나19'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 알리는 신호탄
전통적인 교회 전례까지 중대한 도전
이번 사태로 한국교회 큰 변화 겪을 것
'코로나 19' 이후 밀려올 변화 물결 준비해야

지난달 28일 서울 양천구 행복한백화점에서 열린 ‘마스크 긴급 노마진 판매 행사’ 를 찾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서있는 모습. 오른쪽은 '워킹데드' 포스터(사진=황진환 기자/AMC 제공)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 시즌 초반부를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워커'로 불리는 괴물들은 좀비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들 워커로부터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방어막을 쌓아 운명 공동체를 만들어 처절하게 버틴다. 가상의 세계를 드라마로 만든 것이지만 생존자들의 사투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2020년 대한민국에서도 드라마 같은 현실이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무차별 공격이다.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정부와 자치단체가 전투 중이다. 감염자를 찾아내 격리시키고 일선 학교와 종교시설, 마을회관 등 다수가 모이는 장소는 문을 닫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마스크를 사야하고, 자기 집에 칩거한다. 외출할 때는 칼을 소지하듯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 될 수 있으면 사람을 피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으며 공공장소에는 가지 않는다.

코로나19가 순식간에 모든 일상의 패턴을 바꿔놓았다. 식당과 카페가 줄줄이 문을 닫았거나 닫고 있다. 예정됐던 모든 행사는 연기됐거나 취소됐다. 쉴 새 없이 이어지던 회의와 모임, 밖에서의 약속, 퇴근 후의 식사모임 등도 사라졌다. 종일 사무실에 있지만 누구 하나 찾아오는 이 없다.

코로나19 (신형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출입 통제 중인 서울 명성교회.(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종교라고 다를 것이 없다. 예배의 전례를 중요하게 여기는 교회와 성당도 문을 닫았다. 교인들은 집에서 온라인으로 생중계되는 주일예배를 드린다. 스마트폰 예배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순교의 각오로 지켜왔던 주일 성수의 금칙이 무너지고 말았다. 주일 예배를 교회가 아닌 각자 자신의 집에서 드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지만 코로나19는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유튜브를 통해 예배를 드리고 폰뱅킹으로 즉석에서 헌금하는 일이 현실화됐다. 전통적인 종교 전례에 대한 도전인 셈이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증가하던 지난달 24-25일 실시한 여론조사는 교인들의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는 조짐을 포착해냈다. 조사결과 일요일인 23일 평소 주일예배에 출석하는 교인 중 57%가 안 갔다고 응답했다. 출석하지 않은 교인들 가운데 집이나 다른 곳에서 예배 드렸다고 답한 사람은 62%나 됐다. 놀라운 것은 나머지 38%는 이날 주일예배를 드리지 않았다.

눈여겨 볼 부분은 교회가 아닌 집에서 예배를 드린 교인 가운데 57%만이 자신이 출석하는 교회의 온라인 동영상으로 예배를 드렸다는 점이다. 나머지 22%는 독자적으로 가정예배를 드렸고 15%는 출석교회가 아닌 타 교회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렸다. 혼자서 큐티를 한 경우도 12%나 됐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성돈 교수는 "그 동안의 신앙고백을 생각해 보면 놀라운 의식 전환"이라면서 이번 일을 통해 교회가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도 한국교회가 절대적으로 생각해 왔던 주일성수의 금칙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대비할 필요성을 제안했다. 특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생각해 너무 과도한 신학적 해석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단지 내 코로나19 (신형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전파를 막기 위해 소독을 하는 모습.(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온 세계를 불안과 두려움에 떨게 만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된 것은 아이러니다. 대한민국은 물론 각국이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제4차 산업혁명시대 바뀌게 될 일상을 체험하고 학습하는 셈이 됐다.

코로나19 이후는 어떻게 될까. 사회 정치 경제 문화는 물론 종교에까지 밀려올 변화된 패러다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할지 준비해야 한다. 지나온 역사를 돌아보면 변화의 물결을 막을 수 있는 길은 없다. 지금 당장은 코로나19를 물리치는 것이 급선무다. 이후 찾아올 새로운 패러다임에 어떻게 적응하고 대처해야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원했든 원치 않았든 코로나19의 학습효과가 예상보다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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