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그동안 타다의 영업근거였던 '대여자동차 기사알선 예외규정'이 효력을 잃게 된다. 현행 여객법 34조 2항은 '자동차 대여사업자의 사업용 자동차를 임차한 자에게 운전자를 알선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시행령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운전자 알선을 허용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개정안을 '타다금지법'으로 부르며 폐기를 주장해온 타다 측은 기여금을 내고 플랫폼 운송사업 허가를 받아야만 현행 방식대로 사업을 할 수 있어서, 앞으로 사업 존폐 여부를 두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도 안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개정안의 처리를 촉구해온 타다 외 모빌리티 업체들은 개정안의 법사위 통과에 안도하면서도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후속 작업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 이철희‧채이배만 '강력 반대' vs 다수 법사위원 '찬성'…진통 끝 통과
국회 법사위는 4일 전체회의에서 진통 끝에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과 민주통합의원모임 채이배 의원은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다수 의원들이 개정안 통과에 찬성하면서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직권으로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의원은 타다 측이 개정안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조금 더 의견을 수렴해 5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을 처리하자고 주장했다. 채 의원은 지난달 19일 법원이 타다의 '불법택시' 딱지를 떼어 준 뒤 국토교통부가 개정안을 렌트카로도 '플랫폼운송사업(타입1)' 참여 가능하게 바꾼 것은 법안의 본질적인 내용이 바뀐 것이라고 지적하며, 소관 상임위인 국토위가 개정안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수 의원들은 국토부가 1년 가까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종합해 개정안을 만들었고, 해당 법안이 소관 상임위에서 상당기간 동안 논의를 거쳐 법사위로 온 만큼 법사위가 이런 과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맞섰다.
다수의 의견이 개정안 통과로 기울자 여 위원장이 소수의견 기재를 전제로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했고, 이 의원과 채 의원은 목소리를 높이며 반발했다. 이후 논쟁이 오간 끝에 여 위원장은 직권으로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 통과 직후 타다 측은 "조만간 베이직 서비스를 중단 하겠다"고 밝혔다. 타다 운영사인 VCNC 박재욱 대표는 "의원들과 국토부를 설득시키지 못해 타다 드라이버분과 회사 동료, 다른 스타트업 동료분들께 죄송하다. 타다의 혁신은 여기서 멈추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모회사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혁신을 금지한 정부와 국회는 죽었다"며 "정부가 혁신성장을 이야기하면서 사법부의 판단에도 불복해 이 어려운 경제위기에 1만여 명의 드라이버들과 스타트업의 일자리를 없애버리는 입법에 앞장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다만 베이직 서비스의 정확한 중단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다. 베이직 외에 고급택시 서비스인 '프리미엄', 만 65세 이상 및 장애인 대상 서비스인 '어시스트', 공항을 오가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에어' 등의 운영 계획도 정해지지 않았다.
타다는 앞으로 국토부 장관이 정하는 면허 총량제를 바탕으로 반납되는 택시 면허 숫자 등을 감안해 기여금을 내고 차량을 운행하는 형태의 플랫폼운송사업을 해야만 영업이 가능하다.
타다 관계자는 "법안의 법사위 통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베이직 외의 서비스 운영 여부와 플랫폼운송사업 참여여부 등도 전혀 논의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 모빌리티 업계, 제도화 한 걸음 뗐지만 갈길 멀어
그동안 제도권 안에서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여객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해온 모빌리티 업계는 법안 통과에 한숨을 돌리면서도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 구체화를 촉구했다.
KST모빌리티는 법안 통과 직후 입장문을 내고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를 둘러싼 안팎의 불안 요인도 사라질 수 있게 됐고 대한민국 모빌리티 기업들이 더 넓은 바다로 항해할 수 있는 닻을 올릴 수 있게 됐다"며 "본회의 통과까지 원만히 이뤄진다면, 그간의 모든 갈등을 접고 여러 모빌리티 혁신기업들이 달릴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된다"며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를 촉구했다.
국내 스타트업을 대표하는 최대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새로 만들어진 플랫폼 운송사업 역시 제대로 기능할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합리적인 제도 마련과 운영의 책임을 맡은 정부가 하루빨리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여 모빌리티 혁신이 가능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개정안으로 큰 틀은 마련됐지만, 기여금과 총량제한 등 세부규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에 모빌리티 업계는 정부가 이 후속 작업에 조속히 착수해달라는 입장이다.
택시업계에서는 총량제한으로 플랫폼사업자들이 무한정 늘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경쟁을 통해 경쟁력이 약한 사업자들이 자연도태 되는 방식으로 총량이 결정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스타트업과 벤처 등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는 기여금도 책정 과정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지난해 12월 국토부가 모빌리티 업체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일정 규모 이하 중소 스타트업에 대해서 플랫폼 운송사업에 기반이 되는 기여금을 면제하겠다"고 공언했고 "기여금 산정방식도 허가 대수뿐 아니라 운행횟수, 매출액 등 기준으로 다양한 선택권을 부여하겠다"고 한만큼 이후 논의과정을 지켜봐야한다.
코스포 최성진 대표는 "허가대수나 기여금 등이 정부의 통제가 아니라 자유시장원칙에 따라 경쟁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도가 정비될 수 있도록 이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