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전 대표는 4일 출마를 희망하는 경남 양산을 지역에서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경선을 약속했다"는 '통화 내용'을 폭로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그에 대한 '컷오프(공천배제)'를 암시하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갈등은 두 사람만의 관계에 국한되지 않았다. 양산을 추가공모에 공천신청을 한 나동연 전 양산시장에 대해 홍 전 대표가 '배신자' 낙인을 찍었다. 그러면서 유승민 의원을 끌어들였다.
하루 동안 당내 공천 책임자, 대선주자, 한때 도정을 논의했던 후배 등 사방팔방 총질을 해댄 셈이다.
이를 놓고 당내에선 "홍준표의 히스테리가 폭발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 험지출마를 압박하는 공관위와 기(氣)싸움을 벌이다 갈수록 다툼이 커져 폭발하는 모양새다. 이성적인 판단이 상실된 채 감정의 골만 깊어지면서 결국 홍 전 대표가 희생양이 되는 수순만 남았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포문은 홍 전 대표가 먼저 열었다. 그는 자신이 양산을 지역을 최종 출마지로 낙점한 배경에 대해 "결심을 하게 된 배경은 김형오 공관위원장님께서 밀양으로 내려오셔서 고향 출마는 안 된다고 강권한 탓도 있지만, 지난 1월초부터 나동연 전 양산시장으로부터 일주일에 두세 차례 양산을로 오면 선거를 책임지겠다고 출마 요청을 계속 해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나 전 시장만 믿고 양산을로 내려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양산을에 와서 김두관 전 의원과 양산대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매일같이 사무실을 찾아와 선거대책을 의논하고 있던 나 전 시장이 사흘 전부터 갑자기 오지 않았다"고 털어 놨다.
자신은 나 전 시장의 권유로 양산을 출마를 결심했는데, 나 전 시장이 갑작스레 이탈했다는 발언이다. 실제 나 전 시장은 지난 2일 공관위의 추가공모에 응했다.
홍 전 대표는 "그런데 오늘 어느 언론 보도를 보니 저를 또 딴 곳으로 보낸다는 것"이라며 "그건 양산을을 김두관 후보에게 바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대표 입장에선 두 차례에 걸쳐 지역구 변동을 요구받은 셈이다. 전직 당 대표에 대한 예우로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신이 나가면 진다"는 비관 일변도의 평가를 받은 나 전 시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덕담 삼아 한 말씀 드린 것을 마치 내가 양산에 오도록 했다 하시는 말씀은 조금 심한 것 같다"며 홍 전 대표를 반박했다. 자신이 양산을에 출마하도록 종용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자 홍 전 대표가 또 다시 분노를 드러냈다. 그는 "덕담이라는 것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아주 모욕적"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덕담을 한두 번도 아니고 수시로 전화해서 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정치가 뭔지 사람 배(버)리는 것도 일순간"이라고 꾸짖은 뒤 "유승민 의원이 힘든 세월을 보낸 것도 정치적 소신을 떠나서 배신자 프레임에 갇혔기 때문. 경상도 사람들은 배신자는 절대 용서치 않는다"며 악담으로 느껴질 말을 내뱉었다.
또 갑작스레 컷오프 된 민경욱 의원을 끌어들여 "모두가 겁이나 입 다물고 있을 때 홀로 대여 투쟁을 하면서 센 말을 한 사람이지 나는 결코 막말을 했다고 보지 않는다. 재심에서 경선을 할 기회는 주셨으면 한다"고 편을 들었다.
나동연 전 시장은 유승민 의원과 한편, 자신은 민경욱 의원과 한편으로 편 가르기를 한 셈이다. 동시에 컷오프 된 의원에 손을 내밀면서 '함께 무소속 출마를 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게 발언했다.
김형오 위원장은 이 같은 홍 전 대표의 언행에 대해 "그런 것이 그 분에 대해 호오가 생기게 하는 것 같더라"고 평가했다. 한창 '막말'이 공천의 기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평가는 의미가 작지 않다.
결국 김 위원장은 "경선을 안 받으면 컷오프 시킨다고 얘기했다"는 자신의 통화 내용이 사실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 말 자체가 컷오프 감 같다"고 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