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2일 도드람 2019~2020 V-리그 정규리그의 중단을 결정했다. 남녀부 13개 구단 실무관계자가 모여 KOVO에 리그 중단을 요청했고, KOVO는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이사회를 소집하는 대신 유선으로 각 단장의 의견을 들었고, 여러 차례 실무자 회의를 거쳐 최종 리그 중단을 결정했다.
이를 통해 V-리그는 지난 3일 경기부터 전례가 없는 리그 중단을 맞았다. 지난달 25일부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무관중 경기를 시작한 이래 더욱 강력한 조치다.
2005년 V-리그가 출범한 이래 리그 중단은 처음이다. 과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기승을 부릴 때도 V-리그는 큰 위기 없이 넘겼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다르다.
언론 보도를 통해 V-리그에 코로나19가 직접적인 위협을 줬다는 소식을 알려졌다. 여자부 흥국생명의 트레이너가 코로나19가 의심됐지만 검진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것.
이 사건으로 실제 선수단이 겪어야 했던 혼란은 알려진 것 이상이다.
지난달 28일 해당 트레이너가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배구계에 나자 선수단 사이에 큰 동요가 발생했다. 특히 흥국생명과 29일 원정 경기를 앞둔 IBK기업은행은 소식이 전해지자 경기 전 훈련을 취소했을 뿐 아니라 경기 당일에도 음성 확진 판정 소식을 들은 뒤에야 뒤늦게 이동했을 정도로 선수단이 큰 불안에 시달렸다.
흥국생명 선수들 역시 IBK기업은행을 비롯한 V-리그 내 다른 팀 선수 및 관계자에게 많은 연락을 받아야 했다. 이 때문에 흥국생명 선수 일부도 경기를 앞두고 상당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코로나19가 가장 극성을 부리는 대구와 가장 가까이 연고를 둔 한국도로공사는 선수단의 불안이 가장 컸다. 원정팀 선수들이 주로 사용하는 숙소 가까이에 확진자가 발생하며 김천 원정을 앞둔 여자부 팀의 고민도 상당했다.
현대건설도 남모를 속앓이가 꽤 컸다.
사실상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남자프로농구 KCC가 홈 경기 숙소에서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며 리그가 중단되고 선수단이 숙소에 자가격리되며 충격에 빠졌다. 뿐만 아니라 현대건설 훈련장 인근에 신천지 교회가 있을 뿐 아니라 같은 지역에 확진자가 차례로 발생하며 선수단과 관계자의 불안은 더욱 컸다.
남자부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고민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는 충남 천안을 연고로 하는 현대캐피탈은 홈 경기장 가까운 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며 비상에 빠졌다. 특히 V-리그에서도 홈 경기 관중이 많이 오는 팀이라는 점에서 자칫 경기장에 코로나 확진자뿐 아니라 바이러스 보균자가 방문하는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었다.
한국전력 역시 선수단 숙소 인근에 확진자가 나와 비상이 걸렸지만 이상 증세를 보이는 선수 및 관계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V-리그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팀과 선수가 코로나19로 인해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선수단도, 관계자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경쟁을 하는 남녀부 일부 팀이 리그 중단에 완전하게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이들 모두는 선수와 관계자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KOVO 역시 스폰서와 TV중계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았지만 V-리그를 구성하는 13개 구단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제 남은 것은 리그 재개를 기다리는 동안 선수단의 동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봄 배구' 경쟁에서 멀어진 삼성화재는 이탈리아 출신 외국인 선수 산탄젤로와 계약을 조기 종료하고 결별했다. 리그 중단을 맞이한 V-리그 13개 구단은 이제 외국인 선수뿐 아니라 국내 선수의 불만을 다스려야 하는 또 다른 숙제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