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신도 신분을 숨기려는 신천지의 특성과 이미 전국 곳곳에서 확인된 신천지 환자 추이를 감안하면 조사 결과를 마냥 신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3일 0시 기준 국내 신천지 신도 중 미성년자와 해외 신도를 제외한 19만 5천여 명에 대한 코로나19 증상 조사를 98.7% 진행하고, 관련 증상이 있다고 답한 1만 3천여명 중 49.6%는 코로나19 진단검사까지 완료했다.
그 결과 대구에서는 검사를 마친 신도 4328명 가운데 62%(2685명)이 양성 판정을 받은 반면, 대구 및 추가 분석 중인 경북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양성 판정률은 1.7%에 그쳤다.
이를 토대로 방역당국은 대구·경북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빠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김강립 1총괄조정관은 "중간결과로 볼 때 대구·경북을 제외한 신천지 신도들의 집단감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본다"며 "향후 최종결과가 도출될 때까지 계속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교를 위해 거짓말을 해도 좋다는 신천지 특유의 '모략 교리'에 더해 정부 역학조사에 비협조적인 신천지 신도들의 행태로 인한 사회적 비난 여론이 맞물리면서 신천지 신도들이 신분을 숨기는 사례는 이미 숱하게 확인된 바 있다.
경북 북부제2교도소에서 근무하다 지난달 확진 판정을 받은 교도관은 법무부 자체 조사에서 신천지 신도 신분을 숨겼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야 신분을 알렸다.
또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는 지난달 자신의 어머니에게 간을 기증했던 딸이 수술 전에 신천지 교인이라는 사실을 숨겼다가 이식 수술 직후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아 의료진을 긴장하게 하기도 했다.
30명이 감염된 천주교 이스라엘 성지순례단의 경우 한 단원의 아들은 지자체 1차 조사에서 신천지 신도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경북도청이 신천지 명단을 확보해 신원을 대조하자 신천지 신도였다고 밝혔다.
물론 이처럼 역학 조사 대상이 신도가 아니라고 부인하거나 방역당국과 접촉을 피하려 증상이 없다고 허위로 진술한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작업이 긴박하게 진행되는 마당에 19만여명에 달하는 조사 대상 진술의 사실 여부를 다시 확인할 방법도 딱히 없다.
지난 3일 0시 기준, 대구·경북 외 지역의 코로나 환자 526명 중 신천지 신도로 확인된 이들는 최소 16.3%(86명)에 달한다.
신천지 신도가 다른 지역의 감염을 부른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도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됐다.
두 자릿수 이상 환자가 발생한 집단 감염 사례만 꼽아봐도 위에 언급한 성지순례단 사례 외에도 23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경북 칠곡 밀알사랑의 집, 환자 13명이 발생한 경산 서린요양원 등도 신천지 신도와의 연관성이 발견된 바 있다.
이처럼 전국에 신천지 환자 및 관련된 집단 감염 사례가 확인된 만큼, 발견되지 않은 신천지 환자가 전국 곳곳에 남아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일단 정부는 대구 경북 외 지역의 신천지 신도 중 증상이 있는 신도는 자가격리하도록 조치하고, 증상이 없는 신도도 능동감시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에 대해 중앙방역대책본부 권준욱 부본부장은 "대구의 양성률이 매우 높고 타 지역은 그것에 비해 아주 극히 낮게 나타난 것이 사실"이라며 "지역사회 (집단 감염)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