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앞 처음 선 이만희, '박근혜 시계' 찬 까닭은?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시작된 손목시계 선물
과거 박근혜 국회의원 재임 시절 인연 재조명
정치권에 보낸 호소문과 연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신천지 교주 이만희가 2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 평화연수원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해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이단 신천지의 교주 이만희씨가 오랜 침묵을 깨고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그가 착용한 시계가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씨는 2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에 있는 신천지 연수원 '평화의 궁전'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천지 내에서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진 것에 대해 "신천지 신자들을 대표해 국민 여러분과 정부에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 씨는 기자회견 도중 두 차례 엎드려 큰 절을 하며 코로나19가 조속히 종식될 수 있도록 정부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단 신천지 이만희 교주가 2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 평화연수원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의가 새겨진 청와대 손목시계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이 씨의 시계는 절을 하는 과정에서 노출됐다. 시계에는 '박근혜'라는 글귀가 선명했고 대한민국 통치자를 상징하는 봉화 두 마리와 무궁화 문양도 새겨져 있었다.

역대 정부는 대통령 행사에 참석한 손님이나 표창을 받는 사람들에게 기념품으로 손목시계를 선물하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0년대 새마을 지도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격려한 뒤 손목시계를 선물로 준 것이 처음이다. 이후 역대 대통령들도 청와대 선물 품목으로 손목시계를 빼놓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할 당시 여러 부작용을 우려해 손목시계를 만들지 않겠다고 전했지만, 취임 6개월이 되던 무렵인 2013년 8월 시계를 제작했다. 선물용으로 시계를 준비할 필요성이 있다는 당시 여당 의원들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시계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가 기자회견에 해당 시계를 차고 나오면서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도 재조명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08년 한나라당 국회의원 시절 이만희에게 연하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이 이단 교주인 이 씨에게 안부 인사를 전할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 신천지가 신도들에게 한나라당 특별당원으로 나서달라는 지시를 내린 문건까지 나오며 신천지와 정치권이 유착 관계를 맺고 있다는 지적도 따랐다.

이 씨가 의도적으로 '박근혜 시계'를 차고 나왔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신천지는 전날 여야 국회의원과 각 지방자치단체장 등 정치 지도자들에게 호소문을 보내 "보호 받아야 할 국민 속에서 신천지 성도(신도)들 배제하지 말고 전 국민이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자고 호소하는 정공법을 택해달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 호소문이 총선을 앞두고 표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들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 지난달 28일 미래통합당이 새누리당의 당명을 작명했다고 발언한 이 씨를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자 이에 시계로 대답을 대신한 것 같다는 분석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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