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기 시작한 2월 국내 신용카드(신한 삼성 KB국민 현대 BC 롯데 우리 하나 등 전업계 카드사 8곳) 이용 실적을 보면 확연히 나타납니다.
1월 5주차 10조 6233억원이었던 카드 이용 실적은 2월 1주차가 되면서 8조 5962억원으로 줄어듭니다. 2주차 다시 10조로 조금 증가했지만, 확진자가 급격히 불어난 3주차부터는 9조 5503억원으로 다시 쪼그라듭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6일 29명이던 코로나19 확진자는 23일 602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월별로 보면 매출 반토막은 더 실감이 납니다. 1월에는 51조 3364억원이었는데, 2월에는 28조 2146억원이 됐으니까요. 카드업계 관계자는 "통상 설 연휴 전에 선물을 많이 사기 때문에 1월에 카드 사용이 많고 2월에는 지출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또 2월 일수 자체가 적다"면서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지출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얼어붙은 소비 심리는 지표로도 확인이 됩니다. 2월 소비자동향 조사 결과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9로 한 달 전보다 7.3포인트 급락했습니다. 이 낙폭은 메르스가 유행한 2015년 6월과 같고요. 그런데 놀라운 건 이 조사는 확진자가 급증하기 전인 2월 둘째주에 이뤄졌다는 겁니다. 3월 소비심리지수는 이보다 낙폭이 더 크겠죠.
꽁꽁 언 소비자심리지수는 앞으로 더 높아질텐데 이것만으로도 2008년 조사 이래 세 번째로 큰 상황입니다. 1위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10월(-12.7포인트), 2위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2011년 3월(-11.1포인트), 3위는 2015년 6월 메르스 때와 지난달이니까, 이제 코로나 19가 3위를 넘어서는 건 시간 문제가 됐습니다.
감염병의 성격상 당연하긴 합니다. 특히 지난 감염병과 달리 코로나19의 전염력이 세다고 평가되면서 사람들은 극도로 외출을 자제하고 있어요. 외출 자제 뿐 아니라 외식, 쇼핑도 사라졌죠. 기업들이 재택근무까지 들고 나오면서 매일매일 쓰던 '교통비'마저 쓰지 않는 상황이니까요.
거기다 이번 코로나19 같은 경우 확진자 동선이 공개되면서 사업장이 도미노로 휴업했습니다. 아예 문을 닫은 거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협력사원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지난달 28일 전관 임시 휴점에 돌입했는데요. 강남점이 지난해 전국 매출 1위 점포로 연매출 2조원을 기록했다고 하니, 일 평균 매출만 약 50억원인데 이를 포기한 셈입니다.
신세계 강남점 뿐 아니라 다른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들도 속속 확진자가 다녀왔다는 동선이 나오면서 도미노로 '셧다운'됐습니다. 문 닫았을 때 당연히 소비 못하고요. 다시 문을 연다 해도 전처럼 소비가 이뤄질리는 만무한 상황이죠.
3.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요? 혹시 자영업자라면 '직격탄'이니까요.
일단 사람을 피해야하니까 외식을 기피하게 되고요. 장도 안보러 가게 되죠. 자가용 빼고 대중교통 이용도 꺼리게 됩니다. 병원이나 학원 등 대면 영업해야하는 자영업자들은 감염병으로 인한 경제적 영향을 온몸으로 맞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일상생활을 하기도 어려우니, 문화나 관광으로 먹고 사는 숙박업, 여행업 자영업자도 마찬가지죠.
실제로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공동으로 진행한 '외식업계 코로나19 영향 모니터링 3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전후로 외식업 고객 수가 32.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원을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는 "상황은 더 심각해지는데 마냥 열 수는 없고, 월세는 내야 하는데 손을 쓸 수가 없다"면서 한숨을 쉬었고요. 한 식당 사장님은 지난 주부터 매출이 반토막도 아니고 5분의 1토막이 났다"면서 "아르바이트를 내보내면서 임시 휴업까지 써붙였는데, 가만히 있어도 임대료와 전기세는 내야 하고 어김없이 국민연금 의료보험비 덮칠거고 네 식구 식비랑 생활비까지... 거기다 집 대출까지 있다"라면서 망연자실 했습니다.
4. 정부도 추경과 소비쿠폰 등 소비 진작책을 내놓고 있잖아요?
추가예산을 쏟아부어서 내수 침체를 극복한다는 게 정부의 복안입니다. 각종 세금을 깎아주고 지역사랑상품권 등 소비쿠폰을 준다는 게 핵심이죠. 그런데 소비쿠폰의 경우 온라인에서 사용하게 되면 실제 어려움을 겪는 오프라인 자영업자에게는 별 도움이 안되는 '미스매칭'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소비쿠폰 보다는 손님이 없어도 어느 기간 버틸 수 있도록 하는 자금 지원 대출이 효과적이라는 조언입니다. 피해가 집중된 분들에게 지원하는 게 규모적으로도 효율적이라는 거죠.
미국과 중국 등 전세계 각국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악화를 막기 위해 금리 인하를 비롯 각종 부양책을 쏟아내는 만큼 우리도 추경 등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각국의 부양책이 쏟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3년 2개월 만에 최대치(20.0원) 하락하기도 하는 등 경제주체들에게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재정건전성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현 정부 들어 재정적자가 60조인데 추경을 편성하면 재정 국채 발행이 80조가 넘을 수 있다"면서 "무조건 돈부터 쓰고 보면 재정 건전성이라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5. 그럼 어떡하나요?
코로나 19 초기만 해도 주식시장에는 메르스나 사스때처럼 감염병은 결국 회복될 것이라는 핑크빛 전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거기서도 '단'이라는 조건을 붙어있었죠. 감염 확산 통제가 어느 정도 달려있느냐. 현재 코로나19는 질본의 노력에도 불구 이미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고, 종교단체에서 대규모 감염이 확산됐습니다.
사스 때는 감염병 통제 우수국으로 칭찬 받았고 메르스는 초기 대응에 실패하며 사망자 수가 늘어나면서 위협을 줬지만, 중동발 감염병이라 지금처럼 큰 영향을 주진 않았습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가 중국 경제의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다른나라들마저 우리를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고 있다"면서 "다른 나라와의 인적 물적 교류에 어려움이 발생하게 되면 무역까지 타격을 준다. 이미 내수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무역까지 문제가 발생하면 경제의 악영향은 더욱 장기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조경엽 선임 연구위원은 "메르스는 수요 위축으로 인해 관광객 감소하는 효과만 있었는데, 현재 코로나19 사태는 그에 비해 문제가 3~4개는 겹치는 상황"이라면서 "그때보다 분명히 경제적 효과가 더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그가 우려한 건 메르스 때만 해도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3~4%대였으니까 경제 체질이 견딜 수 있었는데 지금은 2%대까지 떨어졌고 다른 정책적 문제 등으로 자영업자들이 체질적으로 약해진 상황에서 외부에서 타격까지 겹치니 견딜 여력이 없다는 거죠.
이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정부도 쓸 수 있는 카드가 제한된 상황에서 양으로 승부하기 보다는, 한정된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보다 심도있게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