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 중에서는 마스크가 조금이라도 풀리는 곳을 찾아 떠도는 '마스크 난민'들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 "줄서지 마세요. 마스크 끝났어요."
2일 새벽 3시 30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 글이 올라온 시각이었다. 한 대형마트에서 마스크 280상자를 판매하기 위해 배부한 번호표는 날이 밝기 전에 동났다.
새벽이었지만 댓글창에는 마스크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모여 하얗게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새벽 1시 40분 현재 벌써 150명 정도 줄을 섰어요.' 한 시민이 대전에 있는 또 다른 매장의 소식을 전했다. 이 매장이 번호표를 나눠준 건 이날 새벽 5시. 전날 밤 11시부터 줄을 선 사람은 번호표를 받았고 새벽 3시에 나온 사람들은 허탕을 쳤다고 했다.
'그럼 어디서 마스크를 사야 하나요~?' 발을 동동 구르는 시민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내일은 언제 나와야 할지, 내일도 풀리긴 하는 건지 답답한 대화가 오갔다. '어느 약국에 나와 있어요', '어느 쇼핑몰에서 지금 판매하네요'라며 마스크 '좌표'가 찍히면 또 분주해졌다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상황이 반복됐다.
대전둔산우체국을 찾은 한 어르신이 황망한 표정으로 우체국 입구에 붙은 안내문을 살폈다.
'대전둔산우체국에서는 보건용 마스크를 판매하지 않습니다. 대구·청도지역과 공급여건이 취약한 전국 읍·면 소재 우체국만 판매함을 알려드립니다.'
이 어르신은 "우체국에서 오후 2시에 판다고 들었다 11시로 앞당겨졌다고 해 자전거를 타고 부랴부랴 왔는데 시 우체국은 제외되는 줄 몰랐다"며 허탈해했다.
대구와 청도, 전국 읍·면 소재 우체국에서만 판매된다는 것은 사전에 공지된 사실이었지만 '우체국에서도 공적 마스크를 살 수 있다'는 내용이 부각되면서 이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대전둔산우체국을 비롯한 광역시 소재 우체국을 찾았다 발길을 돌렸다.
우체국을 찾은 또 다른 70대 여성도 "TV 보고 왔는데 당황스럽다"며 "온라인 쇼핑몰 같은 곳도 우린 익숙지 않은데다 지금 쓰고 있는 마스크도 어쩔 수 없이 여러 번 쓰고 있는데..."라며 안내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 후에도 여러 시민들이 우체국으로 향했다 돌아갔고 일부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우체국에서 안 판대"라며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마스크가 판매된 지역에서도 판매를 시작한 지 1분 만에 동이 나면서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마스크 부족 사태에 정부가 공식 사과까지 내놓았지만 엄습하는 불안감 속에 많은 시민들이 여전히 마스크와 끝 모를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