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배우' 꿈꾸는 송지인 "현장은 떨리지만, 연기 재밌어요"

[노컷 인터뷰] '성혜의 나라' 성혜 역 송지인 ②

영화 '성혜의 나라'에 출연한 배우 송지인이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송지인은 국문과 출신이다. SBS 예능 '동물농장' 작가를 돕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우연히 여성 듀오 다비치의 뮤직비디오 출연 제안을 받았고, 그게 그의 연예활동 첫걸음이 됐다. 단정하면서도 발랄한 이미지 덕분에 여러 편에 광고에 출연할 수 있었다.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 '사랑은 아무나 하나', '청담동 살아요', '직장의 신', '호구의 사랑', 'TV소설 별이 되어 빛나리', '기억', '뱀파이어 탐정', '동네변호사 조들호', '7일의 왕비',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 '땐뽀걸즈', '해치'에 출연하며 시대극, 사극, 연작 드라마, 단막극, 장르물, 시트콤을 경험했다.

영화에서는 닭살커플 꽃녀('구세주 2'), 와인바 직원('헬로우 마이 러브'), 앳된 여자('심야의 FM'), 3호네('인간중독') 등 자기만의 이름이 주어지지 않았던 배역을 거쳐, '카트' 예린 역으로 등장했다. 단편 '파편', '마트로 간 소년' 주연에 이어, '성혜의 나라'로 첫 주연 장편영화를 찍었다.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CBS노컷뉴스 사옥을 찾은 송지인에게 '성혜의 나라'가 어떤 필모그래피로 남을 것 같냐고 물었다. 그는 "연기에 참여하는 기쁨과 즐거움을 많이 배웠다"라며 '꾸준하고 성실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 연기하는 '즐거움' 깨닫게 해 준 '성혜의 나라'

'성혜의 나라'를 찍기 전 송지인의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광고 촬영을 제외하고는 작품이 없어서, 데뷔 후 처음으로 1년 넘는 공백기를 지나고 있었다. 송지인은 "되게 답답했다. '좋은 일이 있겠지' 하고 기다리다가 이 작품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 출연이 곧 수입으로 연결되는데, 1년 넘는 공백기에 생계는 어떻게 해결했을까. "그러니까요!"라며 웃은 송지인은 "처음에 시작을 광고 모델로 해서 그런지, 모델로 찾아주시는 분들이 꾸준히 있는 편이다. 제 이미지가 밝아서 좋으셨나 보다. 다행이었다"라고 답했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을 땐 있는 돈을 최대한 아껴 썼다.

송지인은 '성혜의 나라'로 장편영화 첫 주연을 맡았다. (사진=닷팩토리 제공)
누군가에게 '발견'되고 '선택'받아야 하는 배우의 운명. 송지인도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는 "'뭐가 문젤까?' 되게 고민 많이 하고 속으로 끙끙 앓았다. 전에는 너무 고민 많은 타입이었는데 그렇게 하니까 저 자신을 좀먹을 것 같더라. 내가 아무리 고민한다고 해서 누가 더 선택해주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래서 마음가짐을 바꿨다. 그저 내 할 일을 열심히 하기로. 송지인은 "오히려 가볍게 생각하려고 한다. 그냥 '(그 작품과는) 인연이 아니었나 보다'하고 훌훌 털어버리기 시작한 것 같다. 근 몇 년 동안"이라고 덧붙였다.


"'성혜의 나라'가 제 인생의 큰 터닝포인트가 될 거라는 생각은 안 해요. 물론 개인적으로는 너무너무 큰 일이고 가문의 영광이고,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영화죠. (제가) 이걸 발판 삼아 영화계에서 뭘 해 보겠다, 이런 게 아니라는 의미에요. 이 작품을 통해 연기에 참여하는 기쁨이나 즐거움을 많이 배웠어요. 관객분들이 의미 있게 봐주는 이런 작업에 많이 참여하고 싶어요."

이번 영화로 타이틀롤을 맡은 송지인은 어느 때보다 많은 축하와 격려를 받았다. 송지인은 "저번 주 일요일에 아빠가 영화 보셨는데 '너무 좋다, 너무 좋다!' 하셨다. 저는 지금도 극장에 가서 제 포스터가 걸려 있으면 '빨리 사진 찍어주세요'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지도 몰라!' 하면서"라고 웃었다. 친구들도 본인 일처럼 기뻐해 줘서 더 기분이 좋았다고.

◇ 떨리지만 재미있는 '연기'

송지인은 평소엔 '집순이'다. 고양이랑 놀고 요리하고 무언가 만드는 것을 즐긴다. 송지인은 "손으로 만드는 건 한 번씩 다 해 보는 편이다. 유행한다고 하는 건. 예전에 석고 방향제와 캔들을 카페에 입점해서 팔아본 적이 있다"라고 전했다.

오디션 보러 갈 때마다 고양이를 바라보며 "언니, 오늘 구직하러 갔다 올게!"라고 외친다는 송지인은, '고양이 집사가 되는 것의 장점'에 관해서도 눈을 빛내며 이야기했다. 그는 "우연히 키우게 된 건데, 정서적으로도 너무 많이 도움이 됐다. 주변에 키우고 싶어 하는 친구들에게 해 보라고 한다. 저는 많이 부드러워졌다. 원래 그렇게 다정한 사람이 아니고 무뚝뚝한데, 고양이 키우면서 부드러워졌다"라고 밝혔다.

송지인은 올해 좀 더 활기찬 역할을 맡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황진환 기자)
음악 듣기도 즐긴다. 요새는 영국 가수 루이스 카팔디에 꽂혔다. 루이스 카팔디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노래를 너무 좋아한다"라는 말을 연발했다. 지난해 말 영국으로 여행 갔을 때 루이스 카팔디 포스터 앞에서 사진을 찍었고, 그걸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가수가 리포스트했다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연기 전공은 아니었으나, 국문과에서 여러 작품을 보고 인물의 감정을 떠올리고 분석하는 연습을 한 것은 연기할 때 꽤 도움이 됐다. 송지인은 "대본도 결국 작품 보고 분석하는 거니까 (그전에 연습한 게) 많이 도움이 됐다. 표현하는 건 다음 차원의 문제이지만"이라고 말했다.

"재미있어서 하는 것 같아요. (연기의 동력을) 사실 잘 모르겠어요. (웃음) 제가 공연하던 사람이어서 무대 위의 희열을 느껴본 건 아니니까요. 사람마다 영화 취향이 다르듯이, (현장마다) 달라서 이 일을 하는 게 재밌어요. 여러 사람 만나는 것도 재미있고, 촬영 현장에서 떨리지만 연기를 하는 것도 재미있고요. 취향과 적성에 맞는 일을 하는 게 참 되게 힘든 것 같아요. 저도 부끄럼을 타는 편인데, 낯선 현장에 가서 촬영하려고 하면 처음에 떨리죠. 그래도 일하다 보면 그런 게 다 재밌어요."

요즘은 인스타그램에서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 게 낙이다. '성혜의 나라' 개봉 후에는 관객과의 대화를 마치고 온 날 라이브 방송을 켜는데, 그때 영화 본 사람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게 즐겁다고.

앞으로는 어떤 작품에서 만날 수 있을까. 이야기 중인 작품이 있지만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 송지인은 올해 목표로 "작품과 역할을 다양하게 해 보고 싶다. 제가 발랄하거나 단아한 역할을 많이 했는데, 좀 더 에너제틱한(활기찬) 역할도 많이 해 보고 싶다"라고 전했다.

"저는 그냥, 성실하고 꾸준한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배우는 (하고 싶다고 해서) 근무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일할 때도 쉬는 기간이 생길 수도 있고, 반대로 너무 바쁘면 멘탈을 챙기기 힘드니까요. 그래서 꾸준히, 끈기 있게 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끝>

배우 송지인 (사진=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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