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중국의 성(省)간 이동처럼 발열 등 특이 사항이 없는 경우 자가격리가 원칙이었지만 어느 순간 호텔 등에 지정격리한 뒤에 간이검사를 통해 음성으로 나오면 집으로 돌려보내 자가격리 시키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광둥성에서는 대구.경북 출신이라는 이유로 음성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지정격리하면서 명백한 차별임과 동시에 인권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저우 총영사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아시아나 371편을 통해 입국한 한국인 195명 중 대구·경북 출신 또는 방문자 18명이 지방 당국이 지정한 숙소에 지정 격리됐다.
이 여객기 승객 전원이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선전 당국은 대구·경북 출신과 방문자를 따로 분리해 숙소에 격리했다. 대구·경북 출신 승객은 18명이었지만, 부모와 자녀가 주소지가 다른 경우 등 자원자 7명이 추가돼 모두 25명이 지정격리 대상자가 됐다.
선전 당국은 주민등록번호를 기준으로 대구와 경북을 나타내는 지역 코드에 따라 지정 격리 대상자를 선정했다. 실제 대구와 경북을 경유했거나 거주하는 것과 관계없이 신분증을 기준으로 '무조건 격리'에 들어갔다.
격리대상자의 가족인 한 교민은 "음성 판정을 받았는데도 출생지가 대구라는 이유로 격리하는 것은 중국 정부의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이런 부당한 대우에 대해 빨리 조처가 이뤄져야 한다"고 부당함을 호소했다.
선전 뿐만 아니라 광저우 등 광둥성 전체에서 대구.경북 출신을 가려내 '묻지마 격리'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후 이날까지 광저우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승객 중 격리된 대구·경북 출신은 모두 50여 명에 이른다.
항저우 공항에서도 한국인 탑승객 50여 명이 거주지 지방정부에서 지정한 숙소에 지정 격리됐다.
지난달 28일 인천발 항저우행 아시아나 항공 OZ359편에 탑승한 한국인 90여명 중 항저우에 사는 38명은 자가격리에 들어갔지만, 항저우 인근 사오싱(紹興) 교민 35명과 이우(義烏)시 교민 17명은 각각 거주지 인근 지정 호텔에 격리됐다.
난징, 웨이하이, 하얼빈에서도 각각 28명, 7명, 18명의 한국인이 지방정부가 지정한 숙소에 격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등에서 온 승객들에 대한 조치는 전적으로 지방정부의 권한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강력한 금지 지시가 내려가지 않는 한 일방적인 지정격리 조치가 완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방정부에서 주변국들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수를 두는 것은 코로나19의 승기를 잡은 시점에서 한국 등 확산국가 승객들에 의해서 감염이 다시 확산하는 것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조치에 대해 우리 대사관이나 해당 지역 총영사관에서도 특별히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과도한 조치나 주민위원회 등의 자의적 조치에 대해서만 시정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코로나19가 한국 특히 대구·경북에서 크게 번지고 있어서 부당하다고 항변하기도 어려운 난처한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