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코로나19, 희망꺾을 수는 없어"

"3·1운동 정신으로 국난극복, 코로나19 이겨낼 수 있다"
"국민 모두가 방역의 주체" "대구·경북은 결코 외롭지 않다" 격려
연설 절반 가까이를 코로나19 극복과 정부 방역에 할애
"안으로는 코로나19 극복, 밖으로는 한반도 평화·공동번영 이루자"
일본 향해서는 "과거를 직시해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홍범도 장군 유해 드디어 국내로 모셔올 수 있게 돼"
지난해 3·1만5000명 참석, 어제는 50여명 규모로 최소화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제101주년 3·1절 기념식 축사를 통해 우리 민족은 지난 100년간 한국전쟁과 외환위기 등 국가 위기 때마다 3·1운동 정신으로 이를 극복했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극복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이를 함께 넘어서자고 촉구했다.

◇"코로나19 이겨낼 수 있고 위축된 경제 되살릴 수 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배화여자고등학교 본관 앞에서 진행된 기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지난해 우리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목표로 '소재·부품·장비의 독립'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함께하면 해낼 수 있다는 3·1독립운동의 정신과 국난극복의 저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전쟁의 폐허 속에 우리는 단합된 힘으로 역량을 길렀다. 무상원조와 차관에 의존했던 경제에서 시작해 첨단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했고 드디어 정보통신산업 강국으로 우뚝 섰다"고 소개했다.

이어 "지금도 온 국민이 함께하고 있다"며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고 위축된 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밤 사이 코로나19 확진자가 376명 추가 발생해 전체 국내 확진자가 3526명으로 늘어나는 등 코로나19 감염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를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셈이다.

문 대통령은 "우한의 교민을 따뜻하게 맞아주신 아산·진천·음성·이천 시민들과 서로에게 마스크를 건넨 대구와 광주 시민들, 헌혈에 동참하고 계신 국민들께 경의를 표한다"며 "전주 한옥마을과 모래내시장에서 시작한 착한 임대인 운동이 전국 곳곳의 시장과 상가로 확산되고 있고, 은행과 공공기관들도 자발적으로 상가 임대료를 낮춰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역 감염으로 고통받는 대구·경북 지역을 향해서는 "전국에서 파견된 250여명의 공중보건의뿐 아니라 자발적으로 모인 많은 의료인 자원봉사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뒤로한 채 대구·경북을 지키고, 많은 기업들과 개인들이 성금과 구호품을 보내주고 있다. 대구·경북은 결코 외롭지 않다"고 위로했다.

또 "더 많은 국민들께서 힘을 모아주실 것이라 믿으며, 반드시 바이러스의 기세를 꺾는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믿는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15분 여간 진행된 연설에서 절반 가까이를 코로나19 극복과 이를 위한 정부의 대응, 그리고 민간의 노력 등을 소개하는 데 할애했다.

지난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와 이에 대한 맞대응 성격인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카드 등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된 만큼, 당초 일본을 향한 메시지가 주를 이룰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전국민의 관심과 배려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 모두가 '방역의 주체'다. 서로를 신뢰하며 협력하면 못해낼 것이 없다"며 "안으로는 당면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밖으로는 '한반도 평화와 공동 번영’을 이뤄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또 "그것이 진정한 독립이며, 새로운 독립의 완성"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코로나19는 잠시 우리의 삶을 위협할 수 있지만 우리의 단합과 희망을 꺾을 수는 없다"며 "억압을 뚫고 희망으로 부활한 3·1독립운동의 정신이 지난 100년, 우리에게 새로운 시대를 여는 힘이 됐듯이, 우리는 반드시 코로나19를 이기고 우리 경제를 더욱 활기차게 되살려낼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과거 직시해야 상처 극복, 일본도 그런 자세 가져야"

3.1 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이라는 역사적인 100년이 지나고 새로운 100년을 맞이하는 만큼, 일본을 향한 협력의 손길도 내밀었다.

다만 아베 정부를 향해 과거사를 직시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잊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과거를 직시할 수 있어야 상처를 극복할 수 있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며 "일본 또한 그런 자세를 가져주길 바라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를 잊지 않되 우리는 과거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며 "역사를 거울삼아 함께 손잡는 것이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의 길이다. 함께 위기를 이겨내고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위해 같이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일본의 수출 보복조치와 이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진행된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중단 압박 등 지난해부터 수면 위로 더욱 도드라진 한일 갈등을 미래지향적 자세로 종식하자는 제안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아베 정부가 계속 부정하고 있는 과거 식민지 국가에 대한 만행을 직시하고 이를 인정해야만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가 가능하다는 점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일본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며 "안중근 의사는 일본의 침략 행위에 무력으로 맞섰지만, 일본에 대한 적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 동양평화를 이루자는 것이 본뜻임을 분명히 밝혔다. 3·1 독립운동의 정신도 같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했던 홍범도 장군의 국내 유해 송환이 결실을 거두게 된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저는 온 국민이 기뻐할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며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의 승리를 이끈 평민 출신 위대한 독립군 대장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드디어 국내로 모셔올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계봉우·황운정 지사 내외분의 유해를 모신 데 이어 '봉오동 전투 100주년'을 기념해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방한과 함께 조국으로 봉환하여 안장할 것"이라며 "협조해주신 카자흐스탄 정부와 크즐오르다 주 정부 관계자들, 장군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주고 묘역을 보살펴오신 고려인 동포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언급했다.

또 "독립운동가 한 분 한 분을 기억하는 것이 우리 스스로의 긍지와 자부심을 일깨우는 일"이라며 "정부는 독립운동가들의 정신과 뜻을 기리고, 최고의 예우로 보답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3·1절 1만 5천여명 참석, 올해는 50여명으로 축소

이날 제101주년 3·1절 기념식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작은 소규모 국가 행사로 치러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1일 서울 배화여고에서 개최된 제101주년 3·1절 기념식에는 참석 인원을 최소화해 50여명만 자리를 함께 했다.

지난해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100주년 3·1절 기념식은 일반 시민들까지 약 1만5000명이 참석했고, 100년 전 만세운동을 재현한 행진이 서울 독립문과 대한문 인근에서 각각 출발해 합류하기도 하는 등 95분간 성대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문 대통령 내외와 5부 요인, 정당대표, 정부 관계자 등 50여명만 참석한 약식으로 진행됐고 행사 시간도 50분에 그쳤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의 지역 확산과 수도권은 물론 다른 지역 내 추가 확진자 발생 등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5부 요인 중 대구에서 코로나19 방역 대응을 진두지휘하는 정세균 국무총리는 불참했다. 주무 부처 장관인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참석하지 않았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날 행사에 대비해 사전 방역 대책을 충분히 마련했다.

기념식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행사 전 모두 발열 여부를 체크했고, 유증상자에 대한 문진표를 만들어 회신을 받았다.

행사 시작 전과 종료 후에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지역 소독을 실시하기도 했다.

의심 증상자 발생에 대비해 격리공간과 수송 방식도 미리 마련됐다.

지난 달 25일 문 대통령이 대구에서 '코로나19 대응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에 참석한 당일 이승호 대구 경제부시장의 비서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밀접 접촉자인 이 부시장이 대통령 행사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경호 실책' 논란이 일었던 만큼, 참석자에 대한 증상 여부를 철저히 체크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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