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시민단체 '비례당'에 참여?…꼼수 논란 딜레마

민주당, '명분 지키면서도 실리 취한다'는 판단…'선거연합당'의 유혹
그럼에도 '비례당' 자체가 '꼼수'…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듯
정의당 반발·역풍 우려…'비례정당' 참여 걱정하는 분석도

(그래픽=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시민단체 연합이 제안한 '선거연합당'에 참여할지 말지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주권자전국회의와 한국YMCA 등 민주 진영의 시민단체 연합은 지난 28일 '미래한국당 저지와 정치개혁 완수를 위한 (가칭)정치개혁연합 창당 제안'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연합당 참여를 진보 성향의 정당에 공식 제안한 상태다.

민주당과 정의당, 녹색당, 미래당 등에서 비례대표 후보자들을 각각 모아 비례대표용 정당을 만들자는 제안이다.

민주당은 이런 제안이 솔깃하다.

시민단체 측에서 먼제 제안한 선거연합당에 민주당이 참여하게 된다면, 스스로 비례대표용 정당을 만들지 않으면서도 비례대표 의석을 상당수 확보할 수 있어, 명분을 어느정도 지키면서도 실리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은 자칫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에 원내 1당 지위를 빼앗길 우려가 팽배해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합당에서 미래한국당을 통해 군소정당들의 자리를 빼앗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을 죽이려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선거연합당을 통해 군소정당들의 원내 진입도 돕고, 통합당의 꼼수도 막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아직 공식적으로는 선거연합당 참여를 확정하지 않았다. 당 지도부 다수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는 있지만, 일부 최고위원들과 당 대표가 아직 뜻을 굳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선거연합당에 참여하게 되면, 이해찬 대표가 어떤 형식으로든 이런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국민들께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다"며 "조금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선거연합당에 참여하는 방침이 확정될 경우, 민주당은 비례대표 후보자들을 10~20명 정도 추려서 선거연합당으로 보낼 방침이다.

다른 정당에서도 일정 수를 후보자로 선거연합당에 보내면, 이들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선거인단 투표를 통해 비례대표 후보자 순서를 정하게 된다.

선거인단은 선거연합당이 각 당과 상의해 꾸릴 것으로 관측된다.

각 정당이 연합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지분 다툼과 관련해서는 민주당은 크게 욕심을 내지 않겠다는 기류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정의당이 빠진 선거연합당이 만들어질 경우, 17석 안팎을 당선권으로 보고 있는데, 민주당은 자력으로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7+α' 정도만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애초 선거연합당에 참여하려는 취지 자체가 통합당의 꼼수를 막으면서도 군소정당의 원내 진입을 돕겠다는 것인 만큼 우리당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서 7~10석을 가져가고, 시민단체와 녹색당, 미래당 등에서 2~3석씩만 가져가도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선거연합당을 둘러싼 우려와 반대 의견도 있다.

일단 정의당 등 군소정당들의 반발이다. 정의당은 선거연합당을 사실상 '꼼수'로 규정한 상태다. 군소정당들이 선거연합당을 계속해서 흠집을 낼 경우, 선거연합당의 영향력은 예상보다 작을 것이란 예상이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1일 기자회견에서 "촛불개혁 세력을 자임해온 진보개혁세력은 미래통합당의 꼼수를 막을 책임은 있지만 꼼수로 민주주의를 훼손할 자유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미래통합당의 파렴치한 술수에 부화뇌동한다면, 이는 배신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생당 소속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도 "여당이 비례 위성정당의 창당에 몸이 달아 있다"며 "비례 위성정당의 창당은 민의를 왜곡할 뿐만 아니라 비례성과 대표성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하나의 우려 지점은 선거연합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자칫 역풍을 가져올 것이란 부분이다. 민주당이 스스로 주도한 선거법 개정안을 무력화시키면 통합당에 대한 비판을 훨씬 넘어서는 반대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중도층과 일부 지지층의 이탈로 수도권 접전 지역에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새로 만든 비례정당을 통해 얻는 의석수보다 잃게 되는 의석수가 더 많아질 공산이 크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민주당이 통합당을 벤치마킹해서 비례 위성정당을 만드느니 어쩌니 하며 추태를 부리고 있다"며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의 선전과 정당명부제 투표에서 우호세력의 약진을 위한 전략을 마련할 때"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도 이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민주당은 비례정당 창담에 참여할지 여부에 대해 이번주 초중순쯤에는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비례대표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우상호 의원)는 당의 선거연합당 참여 여부와 별개로 비례대표 후보자 선발 작업에 착수한다.

2일부터 4일까지 면접 심사, 10일부터 11일까지 국민공천심사단 투표, 14일 중앙위원회 순위 투표 등 정해진 일정대로 일단 진행한다.

다만, 민주당은 정봉주 전 의원이 추진하는 '열린민주당'과의 연합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민주당 열성 지지자들로 구성되는 열린민주당과의 연대가 자칫 지역구 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데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비례대표 표가 분산되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