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김일성고급당학교로 추정되는 당간부양성기관의 당위원회 자체를 해산시키고 처벌을 결정했다.
당 조직지도부장 등 당 핵심 실세의 공개 해임은 2013년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이후 처음이고, 일정 조직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당 위원회를 통째로 해산시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여서, 충격적인 인사 조치로 평가된다.
북한에서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은 당 간부들의 인사와 감시 통제를 담당하는 권력의 핵심 실세이다. 흔히 수령의 유일영도체계를 보장하는 직책으로 평가된다. 김일성 시대에는 김영주와 김정일이 맡았고, 김정일 시대에는 다른 누구에게 주지 않고 본인이 겸직을 했으며, 김정은 시대에는 최룡해가 담당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이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담당하는 것으로 전해질 만큼 위세가 있는 곳이다.
리만건은 지난해 4월 노동당 제7기 4차 전원회의에서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및 조직지도부장으로 임명됐다. 박태덕은 당 농업 부장으로 먹고 살기 힘든 북한 현실에서 주민들의 민원이 집중 발생하는 농업 부문을 총괄한다.
아울러 당위원회가 통째로 해산·처벌된 "당간부양성기지"는 잘못을 저지른 당 고위간부의 재교육을 담당하는 김일성고급당학교로 추정된다.
다만 노동신문은 이들의 비리를 "극도로 관료화된 현상과 행세식 행동들", "엄중한 부정부패 현상", "비당적 행위와 특세, 특권, 관료주의" 등으로 표현했다. 다시 말하면 엄중한 부정부패를 저지른 특세(특권세력), 즉 북한 인민들이 보기에 북한 내 기득권 세력을 대표하는 부류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오른팔에 해당하는 리만건 조직지도부장 등 당 핵심 실세를 정치국 확대회의라는 공식 절차를 거쳐 해임한 것은 결국 당 간부 전체에 '엄중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이 회의에서 "(이들의)비당적, 반인민적, 반사회주의적 행위들에 강한 타격"을 가한 다음, "모든 당 일군들과 당 조직들이 이번 사건에서 심각한 교훈을 찾고 자기 자신들과 자기 단위들을 혁명적으로 부단히 단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물론 북한 내 대표 기득권 세력을 공개 해임함으로써 자력갱생의 정면돌파전과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지친 민심을 다독이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한 북한 전문가는 "(김정은이) 비공식적인 숙청 대신 정치국 회의라라는 공식 회의를 열어 부정부패 등 문제제기를 정확히 하고, 거기에 따라 해임을 하는 이벤트를 한 셈"이라면, "이를 통해 인민들의 내부 불만을 줄이고 자신의 권력을 더 공고화하는데 활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이번 정치국 확대회의는 연말 전원회의 결정서 관철을 점검 독려하면서 정면 돌파전의 방해요소를 척결하는데 방점이 있다"며, "구체적으로 정면돌파전의 독소인 관료들의 부폐를 척결하고, 코로나19의 전면적 예방 통제 강화를 통해 체제결속을 이끌려는 전략적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