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탓에…3·1절 101주년 기념식 최소 형식 진행

50여명만 참석…참석자 자리 평소보다 넓게 이격
지난해 광화문 1만5000명 참석…독립문, 대한문 만세 운동도
지난달 25일 대구 경제부시장 비서 확진 의식한 듯 사전점검 철저
행사장 전 지역 소독, 증상자 발생 대비해 격리공간 마련
지난해 20여차례에 비해 올해는 박수도 단 한 차례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가 제101주년 3·1절 기념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1일 서울 배화여고에서 개최된 제101주년 3·1절 기념식에는 참석 인원을 최소화해 50여명만 자리를 함께 했다.

지난해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100주년 3·1절 기념식은 일반 시민들까지 약 1만5000명이 참석해 약 95분간 성대하게 열렸다.

100년 전 만세운동을 재현한 행진이 서울 독립문과 대한문 인근에서 각각 출발해 합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101주년 기념식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지역 확산과 수도권은 물론 다른 지역 내 추가 확진자 발생 등을 감안한 듯 최소 인원만 참석하고 행사 시간도 50분 정도에 그쳤다.

지난 해 3·1절 기념식과 광복절 기념식 당시 한복을 입었던 문 대통령은 이날 짙은색 정장 차림으로 기념식에 참석했다.

대구에서 코로나19 방역 대응을 진두지휘하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주무 부처 장관인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불참했다.

3·1운동 이듬해인 1920년 3월 1일 만세운동 1주년을 맞아 배화여고에서 기념식이 열린 만큼, 100년 전 기억을 되살리는 차원에서 이날 행사 장소가 결정됐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어두운 분위기를 떨쳐내지는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청와대와 정부는 이날 행사에 대비해 사전 방역 대책을 충분히 마련했다.

기념식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행사 전 모두 발열 여부를 체크했고, 유증상자에 대한 문진표를 만들어 회신을 받았다.


행사 시작 전과 종료 후에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지역 소독을 실시하기도 했다.

의심 증상자 발생에 대비해 격리공간과 수송 방식도 미리 마련됐다.

지난 달 25일 문 대통령이 대구에서 '코로나19 대응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에 참석한 당일 이승호 대구 경제부시장의 비서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밀접 접촉자인 이 부시장이 대통령 행사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경호 실책 논란이 일었던 만큼, 참석자에 대한 증상 여부를 철저히 체크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행사는 배우 김향기씨와 MBC 김정현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이 애국가를 제창하는 동안 영상이 상영됐다. 해당 영상은 코로나19 방역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현장과 중국 우한에서 귀국해 격리시설에 머무르던 교민 어린이가 쓴 감사편지 등이 담겼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은 예년과 달리 조정래 작가가 101주년을 맞이한 3·1절의 의미를 담아 탈고한 묵념사를 직접 낭독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전 세계에 알리는 독립선언서'라는 주제로 진행된 독립선언서 낭독도 예년과 달랐다.

김원웅 광복회장과 영화 '기생충' 번역가인 달시 파켓,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귀화 경찰관인 중국계 조계화 경장, 독립운동가 최재형의 후손인 최 일리야, 국립국어원 수어사전 편찬작업에 참여하는 이현화 주무관, 모델 한현민 등 언어마다 의미 있는 출연자들이 돌아가면서 낭독을 맡았다.

(사진=연합뉴스)
독립선언서 낭독이 끝난 후 문 대통령의 기념사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우한의 교민을 따뜻하게 맞아주신 아산·진천·음성·이천 시민들과 서로에게 마스크를 건넨 대구와 광주 시민들, 헌혈에 동참하고 계신 국민들께 경의를 표한다"며 "전주 한옥마을과 모래내시장에서 시작한 착한 임대인 운동이 전국 곳곳의 시장과 상가로 확산되고 있고, 은행과 공공기관들도 자발적으로 상가 임대료를 낮춰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고 기념사에서 언급했다.

또 "전쟁의 폐허 속에 우리는 단합된 힘으로 역량을 길렀다. 무상원조와 차관에 의존했던 경제에서 시작해 첨단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했고, 드디어 정보통신산업 강국으로 우뚝 섰다"며 "지금도 온 국민이 함께하고 있다.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고 위축된 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해 3·1절과 광복절 기념사에서는 20여 차례의 박수가 나왔지만, 이날은 참석자들이 최소화된 만큼 "고통을 나누고 희망을 키워주신 모든 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라는 대목에서 단 한 차례의 박수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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