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올해 이루고 싶은 것,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일"

[노컷 인터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연희 역 전도연 ②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연희 역을 연기한 배우 전도연의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내용이 나옵니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개봉 기념 전도연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된 날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결과가 나온 바로 다음 날이었다. 2007년 제60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밀양')을 받은 '칸의 여왕'인 그에게도,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은 "'악' 소리 나게" 반가운 일이었다. 축하라는 단어가 부족할 만큼.

이제 아카데미의 여왕에 도전해 볼 생각이 없냐는 짓궂은 질문에 전도연은 "아카데미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꿈은 꿀 수 있다"라며 '꿈꾸는 배우'가 되었다고 밝혔다. 전도연이 출연하는 영화는 왠지 어려울 것 같다는 이미지 때문에 본인조차도 부담스러웠다는 그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많다.

누군가에게 웃음 주는 일이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코미디를 찍어보고 싶고, 필모그래피에 '천만 영화'를 추가하고 싶기도 하다. '백두산'에서 예상 못 했던 등장으로 관객을 깜짝 놀라게 했던 것처럼 '재미만 있다면' 무엇이든 출연하고자 한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꿈꾸는 배우' 전도연이 들려준 이야기를 옮긴다.

◇ 현장의 부담감을 극복하기 위해 '자꾸 열심히' 하는 전도연

전도연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처음 만난 배우가 정우성 외에도 또 있다. 각각 미란과 진태 역을 연기한 신현빈과 정가람이다. 둘 다 궁금한 배우였다. 작품에서 붙는 장면이 많았던 신현빈을 두고는 "'변산'에서 너무 잘 봤다. 세상 나쁜 기집애인데 미워할 수 없는, (현실에서도) 봤을 만한 캐릭터라 너무 궁금했다"라고 말했다. 정가람과는 이번에 같이 촬영 못 해서 아쉬웠지만 특유의 '독특함'에 눈이 갔다고.

미란 캐릭터와 신현빈이 "너무 잘 어울린다"라고 한 전도연은 "한다고 했을 때 기대가 됐다"라고 밝혔다. 후반부에 짧은 머리로 나오는 장면을 위해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을 보고 너무 예뻐 보였다고도 덧붙였다. 강렬한 장면이지만 분량이 적은데도 그런 결심을 한 게 좋았단다. 전도연은 "저는 현빈 양이 안 자를 줄 알았다. 근데 하겠다고 해서 이 친구가 몸도 마음도 되게 준비된 친구구나, 했다"라고 돌아봤다.

전도연과 신현빈의 첫 촬영은 차 안에서 만나는 장면이었다. 미란이 감정적으로 무척 힘든 상황이 전도연은 최대한 신현빈이 느끼는 감정을 존중해 주자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전도연은 "최대한 지켜봐 주고 기다려줬다. 제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신현빈은) 부담스러웠을 거다. 부담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전도연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신현빈, 정가람을 처음 만났다. 윗줄 오른쪽이 정가람, 아랫쪽 왼쪽이 신현빈이다. (사진=㈜비에이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런 부담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봐요. 저도 현장에서 부담스러운데 극복하려고 뭔가를 더 하게 돼요. 자꾸 열심히 하게 돼요.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게 나와요, 그 부담을 극복하려다 보면요. (신현빈도) 그 부담을 통해서 더 새로운 미란이라는 인물이 나와주기를 바랐죠."

작품과 캐릭터 이야기는 촬영 전 "다 끝내고" 들어간다는 전도연은 "막상 (촬영) 들어가면 저 혼자만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와 호흡을 맞추지 않나. 좀 더 디테일한 것을 현장에서 많이 습득하고 그런 것에 집중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또한 전도연은 '지푸라기라도 먹고 싶은 짐승들'이라는 제목으로 패러디 영상을 찍은 홍현희-제이쓴 부부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전도연은 "제가 백 마디 해서 인터뷰 백 번 나가는 것보다 그분들이 준 임팩트가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대중한테 훨씬 친근감이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 '백두산' 특별출연 뒷이야기

지난해 4월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전도연은 사실 그해 한 편의 영화에 더 출연했다. 누적 관객수 825만 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2월 15일 기준)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백두산'(감독 이해준·김병서)이다. 그는 리준평(이병헌 분)의 아내 선화 역으로 아주 '짧게' 나왔지만 씬 스틸러로 활약했다.

'백두산'을 언급하자 전도연은 "사실 '백두산'은 저도 한 지 까먹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한테도 얘기 안 했다. 그래서 닮은 사람이겠지 하고 나올 줄 몰랐다고 많이 그러더라"라며 웃었다.

하루 촬영이었지만 북한 사람을 연기해야 해서 북한말을 배웠다. 촬영 시기는 꽤 이후여서 현장에서는 정작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마음이었다. 혹시나 북한 말투가 어색할까 봐 영화도 못 볼 것 같았다. 전도연은 "근데 사람들이 하도 연기를 잘한 것 같다고 해서 봤다. 자연스럽게 괜찮더라"라고 전했다.

'생일' 인터뷰 때도 자신의 출연작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고 밝힌 전도연은 '백두산'의 흥행을 보고 "되게 신기했다"라며 "눈만 깜빡하면 백만씩 드는 거다. 그런 경험을 처음 해봐서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특별출연'으로 관객을 만나는 새로운 경험, 앞으로도 이어질까. "올해도 꼭 그런 영화에!"라고 각오를 다진 전도연은 "'지푸라기'도 제가 처음부터 안 나왔기 때문에 저는 되게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가 아니어도 저는 (작품이) 재미있으면 너무너무 출연하고 싶다. 이미 전도연이란 배우가 어떤 배우인지 너무 많은 사람이 알고 있기 때문에 '익숙한 전도연' 말고 다른 걸 저도 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19일 개봉한 영화 '백두산'에 선화 역으로 특별출연한 배우 전도연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늘 새로운 장르에 대한 로망을 가진 전도연

1990년 데뷔한 전도연은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접속', '약속', '내 마음의 풍금', '해피엔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피도 눈물도 없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인어공주', '너는 내 운명', '밀양', '멋진 하루', '하녀', '무뢰한', '생일' 등 대표작을 열 손가락 넘게 꼽을 수 있는 그는 여전히 '새로움'에 목말라 있다.

"사람들이 (저를) 생각할 때 작품적으로 가둬놔서 그렇지, 풀어놓으면 되게 잘 놀 것 같아요. 전도연이란 배우가 너무 작품 안에 갇혀 있지 않나 해요. 너무 못 보여준 게 아닌가 싶고요. 저는 늘 새로운 장르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코미디도 해 보고 싶은 것 중 하나다. 그러면서도 전도연은 "신구 선생님도 그렇고, 또 이순재 선생님도 그렇고 '나는 웃기려고 연기하지 않는다'라고 하신 이야기를 봤다. 그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진심인데 (관객을) 웃게 만드는 게 진짜 어려운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웬만하면) 힘든 상황을 다 피해가려고 하잖아요. 어쩔 수 없이 (작품이) 제 앞에 오면 그렇게 절박하게 생각하진 않아요. 뭔가 내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 이걸 어떻게 해결하지?' 하면서 저 스스로 굉장히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것 같아요."

동료에게도 큰 자극을 줄 만큼 훌륭한 연기를 펼치는 전도연은 이전에 같이 연기한 배우들에게 '다시 연기하고 싶은 배우'로 자주 거론된다. 그는 "모든 배우와 호흡이 다 좋았다. 그분들을 보는 재미도 있지 않나. 그들을 통해 저를 본다. 그런 즐거움이 있었던 것 같다"라면서도 "저도 (다시) 해 보고 싶은데 장르는 멜로 말고 다른 것을 해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전도연은 "만약에 (상대 배우들과) 잘 어우러지고 사랑받았다면, 그건 서로에 대한 어떤 존중과 믿음 때문인 것 같다. 제가 그런 믿음을 줬을 수도 있고 저 역시도 그 배우들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상대로는 "못 만나본 어린 친구? 빨리해야 한다, 그러니까"라고 답해 폭소를 자아냈다.

◇ 칸의 여왕, 이제 '아카데미'를 꿈꾸다

전도연과 상대역을 한 남성 배우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한석규, 박신양, 박해일, 송강호, 공유, 김남길, 황정민, 이병헌 (사진=각 제작사 제공)
'영화나라 흥행공주'라는 별명을 지녔던 전도연은 2007년 제60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타며 '칸의 여왕'이라는 새로운 수식어를 얻었다. 대단한 기쁨이면서, 한편으로는 "벗어나려야 벗어날 수 없는" 꼬리표가 되기도 했다. 본인 표현을 빌리면 "너무 큰 영광이지만 너무 큰 부담"이었다.

전도연은 "그 후 선택한 작품도 그것(칸의 여왕이라는 별명)에 대한 무게감을 더 줬다고 생각한다. 저도 그렇고 관객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영화제 간다고 했을 때 별로 달갑진 않았다. 이 작품을 많이 봐서 흥행했으면 좋겠는데 (영화제 진출로) 거리감이 생길까 봐 진짜 우려했다"라고 털어놨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도전이라기보다 저한테는 기회였죠. 사람들이 배우 전도연에 대해 좀 다르게 봐줬으면 좋겠고, 부담이나 무게감을 덜어줬으면 좋겠단 생각이었어요. 책임감이란 것보단… 역할이 크든 작든 책임감은 다 있겠죠. 다만 저 자신조차도 제 작품에 대한 부담이 있었어요. 저라도 힘든 건(작품은) 피해가고 싶을 것 아니에요? (웃음) 너무나 간절히 절실히 피해가려고 했는데, 피한다고 피해지지 않았어요. 계속 돌아오는 건 '아, 내 건가 보다' 하는 작품이었어요. (저를 향한) 부담감을 줄이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한국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 기록을 세운 '기생충'을 보며 전도연은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되게 먼 얘기, 다른 세상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눈앞에 현실로 온 것이지 않나"라며 "저도 되게 꿈꾸는 여배우가 됐다. 아카데미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꿈을 꿀 순 있으니까. 너무 '악' 소리 나게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축하라는 단어로도 너무 부족할 만큼. 누구나 다 꿈을 꿀 순 있지 않나. 저도, 꿈꾸는 여배우가 됐다"라고 전했다.

전도연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촬영을 2018년 11월에 마쳤다. 그는 "너무 오래 쉬었다. 주변에 '연기하는 것도 까먹은 것 같다'고 주변에 농담처럼 말한다. '지푸라기'도 찍은 지 오래됐지 않나. 연기 어떻게 하지? 어떻게 감정을 표현하지? 하고 있다"라며 "마구잡이로 채워보자! 하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저는 작품과 같이 가는 건 너무 좋다고 생각한다. 진짜 저희 회사에서 올해 이루고 싶은 걸 물었을 때, 첫째 둘째 셋째 다 '일'이라고 했다. 영화도 찍을 거고 드라마도 찍을 거라고. 지켜질지 안 지켜질지 모르겠지만 올해는 그걸 지켜보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제일 좋은 건 계속 저 배우가 나오는 작품을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계속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이고 싶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제 영화 가지고 외국 가서 인터뷰하면 '거기 나오는 배우가 이 배우야?' 하고 놀란 적도 있대요. 계속 팔로업할 수 있는, 작품에 대한 기대를 주는 배우이고 싶어요." <끝>

배우 전도연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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