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정치권 관계자 H씨는 최근 "이번 총선에 나설 예비후보 B씨가 신천지의 돈과 조직 지원을 받는 것 같다"고 제보했다.
H씨는 "B 후보가 최근 모 당의 부산시당 창당대회에 청년들이 대거 참석했는데 신천지 신도들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시도당 창당을 위해서는 1천 명의 당원을 가입시켜 선관위에 등록해야 하는데 B씨가 어떻게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B후보는 지난 2016년 4월 총선에서 신천지 부산 안드레지파 신도들을 유세에 동원해 신천지 연루 의혹을 받았던 인물이다.
당시 안드레지파 출신 탈퇴자들은 "안드레지파 섭외부장과 부녀회 지역장, 전도사 등 간부급 지파 관계자들도 유세 현장에 참석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당시 B후보 측은 신천지 연루 의혹을 완강히 부인한 바 있다.
취재진이 신천지 측의 해명을 듣기 위해 부산 안드레지파 김모 지파장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 코로나19가 소환한 '신천지-정치권' 커넥션 의혹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으로 인해 국가적 민폐 집단이 된 이단 신천지의 실체가 하나둘 씩 벗겨지고 있다.
특히 4.15 총선을 앞둔 탓인지 인터넷 블로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신천지와 정치권의 유착 의혹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만희 교주가 함께 찍은 사진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일부 유튜버들은 신천지와 정치권의관계에 대해 새롭게 조명하기 시작했다.
수년 전 CBS 취재로 이단 신천지가 직, 간접적으로 정치인들에게 접근해 많은 정치인들이 곤욕을 치렀다.
신천지는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신도들에게 한나라당 당원 가입을 지시하고, 특정 후보 경선 유세 현장에 조직적으로 인력을 동원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신천지는 2007년 '신천지 대외활동 협조 안내문'이란 문건을 전국의 12개 지파에 하달하고, 신도 1만 670명을 배정해 한나라당 특별당원으로 가입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신천지 청년회장 출신이 한나라당 부대변인으로 활동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드러난 신천지의 특징은 조직력과 폐쇄성이다. 이 때문에 신천지 신도들은 은밀하게 특정 후보 유세에 동원됐다.
신천지를 탈퇴한 A씨는 당시 CBS와 인터뷰에서 "2007년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합동연설회에 신천지 신도들이 3천 명 정도 동원됐다"고 말했다. 전 신천지 강사 출신이었던 한 탈퇴자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선거운동에 신천지 신도들이 동원됐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시 신천지 관계자는 "개인적인 친분에 의해서 도와줬을 뿐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밖에도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의원의 신천지 고문설,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실 정책 비서의 신천지 신도 의혹, 2012년 대선 당시 신천지 핵심 장로가 새누리당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었다.
이단 신천지의 정치권 접근이 세상 밖으로 알려진 건 2000년대 초반이다.
신천지는 지난 2003년,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을 당 대표로 만들기 위해 신천지 전국청년회 조직에 홍보 메뉴얼을 비밀리에 하달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전화와 인터넷 홍보방법에서부터 대표 선출 후 한나라당에 대한 전략까지 구체적이다. 약 2500명의 인원을 동원해 선거인 당원들에게 전화홍보를 실시 할 것, 인터넷 팬 카페에 회원가입이나 호의적인 댓글을 달 것 등 활동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경선 이후 각 지구당에 최소 30명 이상 씩 청년당원을 입당시키라는 내용까지 담았다.
◇ 신천지의 정치권력 집착 이유.."자신들을 보호해 줄 힘이 필요해서"
신천지가 이토록 정치권에 구애하는 이유는 뭘까 ?
이단 상담 전문가들은 "신천지가 정치권력을 이용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고, 세력 확장을 꾀하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부산장신대 탁지일 교수는 "이단과 정치권 공생은 1960-70년대 군사정권하에 정통성이 부재한 정권과 정통성이 부재한 이단이 서로에게 필요를 느꼈기 때문에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력은 강력한 후원자들이 필요했고, 이단은 자신들을 보호해줄 힘이 필요했다"고 신천지와 정치권의 유착관계를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