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배노라(임차인), 익명(임대인)
참 우울한 소식들만 많이 전하게 되는 요즘인데요. 이 와중에도 미소를 짓게 하는 그런 훈훈한 소식이 있어서 전하려고 합니다. 저희가 뉴스쇼 끝나고 하는 유튜브 댓꿀쇼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틀 전에 실시간 채팅창에 이런 내용이 하나 올라왔어요. “저는 대구에서 작은 가게를 하는데요. 집주인으로부터 이번 달 월세를 안 받을 테니 좀 편히 쉬세요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런 문자요.
이 문자 내용을 보고 저희도 너무 반가워서 방송 중에 소개를 했는데요. 문자만 소개하고 끝낼 게 아니라 이 내용을 뉴스쇼 본방송을 통해서 세상에 좀 더 널리 알려야겠다 싶어서 그 애청자님과 저희가 연락을 취했습니다. 지금부터 사연을 한번 직접 들어보죠. 대구에 사시는 세입자세요. 배노라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배 선생님, 안녕하세요?
◆ 배노라> 안녕하세요.
◇ 김현정> 요즘 고생이 많으시죠?
◆ 배노라> 네.
◇ 김현정> 대구에서 지금 가족이 무슨 가게를 하시는 거예요?
◆ 배노라> 어머니가 옷 수선 가게를 하고 계세요.
◇ 김현정> 옷 수선. 요즘 14년 돌이켜보면 요즘 장사가 얼마나 안 되는 상황입니까?
◆ 배노라> 저희 어머니가 50년생이신데 체감으로는 IMF도 이렇게는 아니었다고 이런 경우는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이렇게 장사 안 되는 상황은 없었다.
◆ 배노라> 네. 일단은 사람이 없으니까요.
◇ 김현정>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으니까.
◆ 배노라> 네.
◇ 김현정> 그러면 하루 종일 가게에 계셔도 1건이 안 들어오는 경우도 있어요?
◆ 배노라> 많죠. 코로나가 서울 쪽이나 이렇게 조금 있었을 때도 그 여파가 있더니, 이제 대구에 터졌을 때는 당연히 없었죠.
◇ 김현정> 공치는 날이 수두룩할 정도로. 그런데 전화벨이 울렸어요. 그게 언제입니까?
◆ 배노라> 지난 수요일이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세입자 입장에서는 집주인한테 전화가 온다 이러면 사실은 살짝 걱정이 되잖아요. 이게 무슨 얘기를 하려나. 장사가 안 된다고 미루거나 이러면 큰일 난다고 경고하려고 이러나, 덜컥 처음에는 놀라셨을 것 같아요.
◆ 배노라> 사실 모르는 번호였어요.
◇ 김현정> 뜻밖에도 건물주의 전화였고 뭐라고 말씀을 하시던가요?
◆ 배노라> “요즘 많이 힘드시죠?” 그러면서, “장사도 안 되시고 그러시는데 괜히 나가서 힘들게 고생하지 마시고 이참에 편히 좀 쉬시라”고. 그렇게 말씀을 해 주시는 거예요. “이번 달에는 월세를 받지 않을 테니까.”
◇ 김현정> 괜히 매일 공치는데 나와서 손님 기다리지 마시고 월세 안 받을 테니까 그냥 문 닫고 집에서 쉬세요?
◆ 배노라> “이참에 편히 쉬시라”고 하신 그 말이 되게 사실 위로가 됐어요.
◇ 김현정> 저는 그냥 듣기만 해도 찡하네요. 얼마나 놀라고 기쁘고 감사하고 그러셨을까요.
◆ 배노라> 그게 금액을 떠나서 사실 지금 다 힘들잖아요. 임대인분도 대구에 계시는데. 그 마음 쓰기가 쉽지 않은데 이런 경우도 또 처음이었거든요. 저희 어머니 여러 가게를 오래 하셨지만 이렇게 임대인이 월세를 조금이라도 할인해 준 적도 없는데 이런 일이 있어서.
◇ 김현정> 올리는 일은 있어도 할인은 쉽지 않죠.
◆ 배노라> 그렇죠. 이런 경우를 처음 겪어보니까 엄마가 너무 감동이 됐던 거예요. 그래서 사방팔방 다 전화 돌리셔서...
◇ 김현정> 그 건물 안에 옷 수선 가게 어머니 가게만 있는 게 아닐 텐데, 다른 분들도 다 똑같이 이렇게 월세를 안 받으시기로 결정을 하셨답니까?
◆ 배노라> 네. 건물에 4개의 점포가 있거든요. 전화를 해 보니까 다 그렇게 통화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와, 너무 마음이 따뜻해지는데. 배노라 씨, 저희가 이 건물 관리하시는 건물주 할머니 아드님한테도 전화를 드려가지고 지금 사실은 이 인터뷰를 듣고 계시거든요. 인사 한번 나누시겠어요?
◆ 배노라> 안녕하세요.
◆ 임대인> 안녕하세요.
◆ 배노라> 한 번도 본 적은 없는데.
◆ 임대인> 그렇게 대단한 일도 아닌데, 이야기를 해주셔서.
◆ 배노라> 아니에요. 제가 가진 건 없고 너무 감사한 마음은 있는데. 요즘 힘든 소식이 많을 때 많은 사람들이 같이 나눴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다행히 알려져서 좋네요. 감사합니다.
◆ 임대인> 너무 고맙습니다.
◇ 김현정> 선생님, 안녕하세요.
◆ 임대인> 네, 안녕하세요. 제가 방송을 자주 듣지는 못합니다마는 반갑습니다.
◇ 김현정> 괜찮습니다. 반갑습니다. 이번 달 월세를 받지 말자. 이 제안을 아드님께서 먼저 하셨다고 들었어요.
◆ 임대인> 저희 어머니는 연세가 좀 많으시니까 요즘 정황을 잘 모르시죠. 그래서 “상황이 이러니까 한번 월세를 한번 안 받는 게 어떻겠냐?” 그랬더니 어머니도 “아이고, 그거 참 좋은 생각이다.” 흔쾌히 동의를 하셨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저희가 사전에 말씀을 들어보니, 큰 건물 여러 개 가지신 분이어서 한 달을 건너뛰어도 살림이 넉넉하고 이런 분도 아니시더라고요?
◆ 임대인> 우리도 어렵고 같이 어려우니까 서로 양보하면 좋지 않겠나.
◇ 김현정> 감사합니다.
◆ 임대인> 늘 세입자분들이 14년 넘는 세월 동안 이렇게 변함없이 꾸준히 한 번도 월세도 한 번 어긴 적이 없습니다.
◇ 김현정> 어긴 적도 없이 내주셨으니.
◆ 임대인> 고마운 분들이고 이러니까 이 고마운 마음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랬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라고 봤습니다.
◇ 김현정> 대구 시민들이 다 어렵지 않은 분이 없으시죠?
◆ 임대인> 그렇죠. 저도 밖에 나가보고 제 친한 친구들이 가게도 하고 그러는데 손님이 없으니까.
◇ 김현정> 손님이 없으니까.
◆ 임대인> 어떻게 할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조금씩이라도 일부러라도 좀 나가서 가게 좀 이용을 해 주고 하면 좋은데 상황이 너무 급박하니까.
◇ 김현정> 그렇죠. 이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임대인 선생님이나 이런 따뜻한 마음을 알리고 싶어서 저희에게 애써 제보를 주신 우리 세입자 선생님이나 다 훌륭하신 분들이고요. 배노라 씨, 듣고 계시죠?
◆ 배노라> 네.
◇ 김현정> 지금 전국에서 이 방송을 듣고 계시거든요. 우리 대구 시민을 대표해서 꼭 좀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이 기회에 하시겠어요?
◆ 배노라> 코로나 때문에 대구에 위기가 닥치면서 사람들이 엄청 처음에는 공포감이 되게 많이 들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안 아픈 사람들도 다 열감이 있다고 호소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정신이 몸을 지배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 대구 시민들, 지인들 사이에서는 좋은 얘기만 하자는 분위기거든요. 위기는 맞지만 위기가 항상 끝은 아니니까요.
◇ 김현정> 그럼요.
◆ 배노라> 조금은 대구 시민도 그렇고 대한민국이 제발 좀 힘을 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김현정> 진짜 좋은 말씀이고 건물주 선생님은 거의 갓물주시네요. 그렇죠, 배노라 씨?
◆ 배노라> 네.
◆ 임대인> 아이고, 아이고.
◇ 김현정> 우리 갓물주 선생님도 힘내시고요.
◆ 임대인> 고맙습니다. 같이 또 한번 이겨나가야죠. 우리 대구 시민들은 언제나 이런 상황에서도 잘 이겨내왔지 않습니까?
◇ 김현정> 그럼요, 힘 드리겠습니다.
◆ 임대인> 고맙습니다.
◇ 김현정> 힘내십시오. 두 분도 서로 끝인사 한번 나누세요.
◆ 임대인> 배노라 씨, 고맙습니다.
◆ 배노라> 다음에는 얼굴 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 임대인> 그럴게요.
◆ 배노라> 감사합니다.
◇ 김현정> 두 분 건강하십시오. 오늘 고맙습니다.
◆ 배노라> 감사합니다.
◆ 임대인> 수고하십시오.
◇ 김현정> 정말 울컥하네요. 대구에 사시는 옷 수선 가게 하시는 가족이에요. 배노라 씨 그리고 그 옷 수선 가게가 세 들어 있는 건물의 주인이신 거죠. 이분은 쑥스러우시다고 성함 안 밝히신대요. 이 갓물주 선생님까지 만나봤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