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강서구 염창동우체국 문 앞에는 "염창동우체국은 (마스크를) 판매하지 않습니다. 3월 중 인터넷(우체국쇼핑)에서만 판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이날 아침부터 마스크를 사기 위해 손님들이 몰리자 우체국이 선택한 조치다.
검은색 마스크를 쓴 50대 박모씨 역시 안내문을 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박씨는 "방송에서 우체국에 가면 마스크를 판다고 해 왔는데 아직 안 파는지 몰랐다"며 "2주째 마스크를 구하러 돌아다니는데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20대 김모씨도 "우체국에서 판다는 것만 들었다"며 "여기 오면 구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헛걸음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시민은 아쉬운 마음에 안내데스크까지 찾아가 '마스크 안 파느냐'며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12시 4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약 20분간 5명이 넘는 시민들이 마스크를 찾으러 왔다가 안내문을 보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염창동 우체국 관계자는 "오픈 전부터 5~6명의 시민이 마스크를 사겠다며 줄을 서 계시기도 했다"며 "애초에 오프라인 판매는 대구·청도 지역과 읍·면 지역에서만 하기로 했는데 이런 부분이 제대로 안내가 안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염창동 우체국에는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냐는 문의전화만 수십 통이 쏟아졌다.
또 다른 공적판매처인 하나로마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정부는 '서울·경기' 지역을 제외한 하나로마트 1900곳에 하루 55만장의 마스크를 공급하기로 했는데 이를 인지하지 못한 시민들이 서울에 위치한 지점들을 방문하기 때문이다.
하나로마트 신촌점 관계자는 "오늘만 해도 수십 명의 손님이 마스크를 찾으러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갔다"며 "양쪽에서 울리는 전화는 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로마트가 식약처 고시에 전부 들어갔다가) 갑자기 서울 경기 지역이 제외되다 보니 직원들도 안내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점포당 100개씩의 마스크가 공급되기로 한 약국에는 마스크가 입고되지 않은 상태였다.
강서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40대 김모씨는 "도매업체에서 3월 초는 돼야 입고가 가능할 것 같다고 전달받았다"며 "아직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가 나 혼란스러운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방금도 마스크가 없냐는 문의 전화를 받았다"며 "마스크가 떨어진 지는 벌써 3주쯤 됐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약국 문 앞에는 아직 "KF 마스크, 소독용 에탄올, 손 소독제, 체온계 모두 도매상과 제약회사에서 품절된 상태입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혼란이 지속되자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브리핑을 열고 "생산업체와 공적 판매처 간 세부 협의가 아직 진행되는 곳이 있어서 500만 장 규모의 공적 물량 정상 공급체계를 구축하는데 하루 이틀 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대한 조속히 구축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