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밀 회합 드러날라…신천지 '카드 사용금지' 지시

신천지, 오픈채팅방서 '카드 사용금지' 지시
신도들에 대한 이동경로 파악 막기 위한 조치로 보여
증상 있다는 신도에 "다른 형제들에 피해주는 것"이라며 검진 말리기도
신도들 사이에서도 잡음…"나라 위해 협조해야 하는 것 아니냐"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이단 신천지가 비밀리에 다시 단체 채팅방을 개설하고 신도들에게 '카드 사용금지'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슈퍼전파' 사태 이후로도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회합이나 교육생 포교 등 조직의 전모를 감추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신천지 측은 지난 2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신천지예수교회 성도들은 당국의 방역 조치를 믿고 일상생활을 해온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피해자"라며 "대구교회 성도 중 연락이 닿지 않는 670명에게 지속해서 보건당국과 함께 연락을 취해 417명은 검사를 받도록 했다. 장기간 교회에 나오지 않는 253명에게 모든 방법을 다해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천지가 정부 당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신천지 측이 정부의 신도들에 대한 이동경로 파악을 막기 위해 카드 사용금지 지시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천지 측은 지난 25일 익명이 보장되는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신도들을 다시 모았다. 이 채팅방에서 방장을 맡고 있는 집사 A씨는 "교회 출입 외 외출 자제. 결제시 신용카드∙체크카드 사용금지 부탁드린다. 확진 의심을 받기 전 행동지침이다. 전 교민들에 해당되는 사항이다. 며칠만 참아달라"는 공지를 내렸다.

이에 평신도로 보이는 B씨가 "왜 사용하면 안 되는 거냐. 우리 교민들도 나라를 위해 협조하는 건 불가능한 거냐"라고 반발하자 A씨는 "이동경로가 파악되기 때문이다. 물론 확진을 받으면 이동경로 조사 때 다 피해갈 순 없지만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결제 내용이 없으면 80퍼센트는 모른다고 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경로 들키지 않기 위해 신용카드∙체크카드 사용 금지, 양∙음성 검사시에는 수락하나 진술시 거짓 진술 부탁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신도들은 대부분 "행동지침이니 주의하겠다"며 순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신천지 측이 신도들의 이동경로를 감추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산성시화운동본부 이단상담실 권남궤 실장은 CBS노컷뉴스 인터뷰에서 "신천지는 모이지 않으면 결속이 안 된다"며 "만나서 서로 마음을 잡아주는 것이 조직을 유지하는 방편이다. 확진자도 아니고 증상도 없는 신도들은 분명 어딘가에서 만나고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이 드러날까봐 신도들의 이동경로를 감추려 작업 중일 가능성이 크다"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제보자 제공)
또 다른 오픈채팅방에서는 신천지 신도인 것이 드러나지 않도록 병원 검진 등 개인행동을 삼가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 채팅방에 참여한 한 신도가 "C형제님은 열이 39.5도 이상으로 올라갔다고 한다"라고 밝히자 "심각하지 않은 것 아닌가. 다른 형제∙자매님들에게 피해줄 수는 없지 않냐", "지금 온통 인터넷에 (신천지에 대해) 욕으로 도배돼있는데"와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신천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거세니 병원 검진을 가지 말라는 것이다.

열이 39.5도까지 올랐다는 C씨로 추정되는 신도도 "800여명의 형제∙자매들께서도 정부의 전화를 받지 않고 버텨주시고 있다. 저만 보건소에 가서 치료를 받는다면 너무 이기적인 게 아닐지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이들이 익명을 기반으로 한 오픈채팅방을 쓰는 이유는 언제든 발각됐을 시 '꼬리자르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CBS노컷뉴스는 신천지가 '교회 공지'란 제목으로 신천지와 관련된 모든 대화방을 폐쇄하겠다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관련기사: [단독] "텔레그램방도 터졌다"…신천지 '꼬리자르기' 본격화)한 바 있다.

이후 이들은 오픈채팅방을 열어 신천지 회원카드를 인증하는 등의 판별 방식으로 신도들을 다시 집결시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위해 전국 신천지 신도의 명단을 확보한 정부는 27일 신천지 측이 제출한 신도 명단에 예비 신도인 '교육생'이 빠졌다고 밝혔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신천지 교육생이 7만명이 넘을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명단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오늘 오전 (신천지 측에) 중앙방역대책본부로 교육생 명단을 제출하도록 다시 요청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발열 등 증상이 있는 사람을 우선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신천지 측이 신도들의 이동경로를 파악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신도들을 통제한다면 정부 조치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신천지 측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이유다.

권 실장은 "지금도 포교 당하고 있는 교육생 수가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이 교육생들은 신천지인 걸 모르고 공부하고 있다. 센터별로 교육생 명단을 다 정리해놨겠지만 신천지 측이 이 명단을 넘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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