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측은 이에 대해 "일부 지방정부 차원에서, 한국인을 특정한 조치는 아니고 방역 강화 차원에서 중국인을 포함해 국적과 무관하게 국제선 탑승객 전원을 대상으로 이뤄진 비차별적인 조치다"며 "중국 중앙정부 차원에서 챙겨보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외교부 이태호 2차관은 27일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현재까지 40여개 국가나 지역이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금지나 입국절차 강화 조치를 시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갑작스러운 입국 제한 조치로 인해 우리 국민들이 불편을 겪으시게 된 것에 대해 안타깝고 송구스러운 마음이다"고 밝혔다.
이날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에 따르면 오전 10시 기준으로 한국을 거쳐 들어오는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하는 국가(지역)은 몽골, 피지, 필리핀, 세이셀, 일본(대구·청도 방문자) 등이 추가돼 전날 16곳에서 21곳으로 증가했다. 입국 절차를 강화한 국가나 지역도 중국 5개성(산둥, 랴오닝, 지린, 헤이룽장, 푸젠)과 인도, 벨라루스, 모잠비크, 튀니지, 콜롬비아, 파나마, 파라과이 등이 더해지며 21곳으로 확대됐다.
이 차관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방역 역량을 갖추고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방역체제를 가동하여 투명하게 대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에서 이러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한다"며 "이러한 조치가 철회되고 또 자제되도록 최대한의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주 초부터 중국의 웨이하이, 선전, 난징 등 일부 지역에서 중국으로 입국하는 우리 국민들이 호텔 등에 강제 격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해당 지방정부와 중국 중앙정부에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 차관은 이런 상황에 대해 "다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탑승객 중 한 명이) 발열 증상이 있는 등으로 해서 같이 타고 온 사람들을 전체적으로 격리한다든지 하는 케이스가 많았다"며 "한국에서 왔다고 해서 한국인과 중국인 그리고 기타 외국인까지 격리하는 케이스도 한두개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지난 25일에는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가 뤄자오후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만났다. 다음 날엔 외교부 김건 차관보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중국 내 일부 지방에서 우리 국민에 대한 과도한 제한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우려를 표했다.
이어 이날 밤(한국시각) 영국 런던에 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통화를 했다. 강 장관은 우리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투명하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총력 대응을 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최근 중국 내 여러 지역에서 한국인 입국자에 대한 격리 조치 등 과도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데 우려를 표명했다.
이 차관은 이같은 내용을 전하며 "한국 출발 입국자에 대한 과도한 방역조치와 관련해 항의와 유감을 표명하였고, 중국 정부가 시정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중국 측의 답변은 "일부 지방정부 차원에서 산발적으로 취해진 것으로써 한국인을 특정한 조치는 아니고 방역 강화 차원에서 중국인을 포함하여 국적과 무관하게 국제선 탑승객 전원을 대상으로 이뤄진 비차별적인 조치다"며 "중국 중앙정부 차원에서 챙겨보겠다"는 내용이었다고 이 차관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외에도 현재 다수의 국가들이 우리나라를 포함 확진자 수가 많은 국가로부터 입국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입국절차 강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정부가 대응체제를 심각단계로 격상한 직후부터 이를 예견하고 모든 재외공관을 통해 각국 정부에 설명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건 차관보는 지난 25일 주한 외교단을 외교부 청사로 불러 정부의 방역조치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우리 정부의 총력적인 대응에 신뢰를 보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다음 날 조세영 1차관 또한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와 면담을 하고, 27일 오전에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도 통화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조 차관이 정부가 높은 수준의 검진 역량과 적극적 확산 차단 의지를 바탕으로 시행하고 있는 코로나 19 대응 조치를 상세히 설명한 뒤, 한미간 교류를 불필요하게 위축시킬 수 있는 과도한 조치는 자제하여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는 26일(현지시각) 미 국무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강화된 주의(2단계)'에서 '여행 재고(3단계, 필수적이지 않은 여행 자제)'로 격상한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한편, 이 차관은 한국 내에서 이른바 '중국발 입국 전면 차단'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후베이성 입국자 입국금지, 중국 내 여타 지역에 대한 특별입국절차 도입을 통한 방역 강화, 제주도 무사증 입국제도 중단, 사증심사 강화 등으로 중국인 입국자가 80% 이상 급감하여 1일 1800명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단체 관광객은 이미 중단된 상태이고, 또 국내 입국이 필요한 필수 인원만 입국하고 있는 것 아닌가 추측된다"며 "이미 사실상 유입억제 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고 이같은 주장에 사실상 선을 그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을 맡고 있는 보건복지부 김강립 차관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외부 유입요인을 차단하기 위해서 발생국인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차단하는 조치는 명확하게 그 위험도에 따라서 이루어져야 된다는 판단이다"며 "정부는 후베이성의 위험성이 높다는 판단에 기초해 이를 전면 제한하고 나머지 중국 입국자는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특별입국절차를 통해 철저히 관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의 상황에서 역시 특별한 상황 변화라는 그러한 명백한 그 근거가 주어지고 그러한 방역당국의 판단이 있게 된다면 다른 조치에 대한 검토를 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면서도 "최근의 확진자 발생 상황을 검토해 보면, 국내적으로는 국내에서의 지역전파가 확진자 급증의 원인이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31번 환자 이후 중국 내 코로나19 유입으로 인한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 차관과 김 차관의 이같은 언급은 대구의 이단 신천지나 청도 대남병원 등지에서 일어난 집단 감염이 확진자 급증의 주된 요인이라고 판단한 데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