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지역 보건소와도 같은 건물을 쓰고 있었던 이 병원은 내부에서 국내 첫 사망 환자가 나온 뒤에서야 해당 환자의 감염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다. 입원 환자들을 사실상 방치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대남병원, 지난달 청도지역 유일 '코로나 19 진료소' 설치
청도군 보건소는 이후에 진료소 명단에 추가된 것으로 파악됐다. 청도군 관계자들은 지난달 28일 방역대책반을 구성했으며, 대남병원 진료소를 방문해 현장 점검까지 했다.
이 병원은 검체 채취가 가능한 청도군 보건소 건물과도 통로로 연결돼 있었다. 지역민들에게 대남병원은 결국 '코로나19 방호벽'이나 다름없었지만, 지금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확진 사망자'가 나온 폐쇄처가 됐다.
◇ 20년 장기 입원자가 '국내 첫 코로나 사망자'…사후에 감염사실 인지
이 병원에서 최초로 확진자를 인지한 날은 지난 19일이다. 정신병동에 입원자였던 50대 남성 2명이었다.
이들과는 별개로 같은 날 새벽에는 정신병동 입원환자였던 63세 남성이 폐렴 증상을 보여 사망했다. 대남병원은 20년 넘게 입원해 있던 이 남성이 사망할 때까지도 감염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보건당국이 사후(死後) 진단 검사를 실시한 결과 코로나 19 확진자임이 드러났다. 이는 국내 첫 '감염 사망 사례'다.
21일에 나온 두 번째 감염 사망자도 이 병원 정신병동 장기 입원환자였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 환자에 대해 "지난 11일부터 발열 증상이 발생한 뒤 폐렴이 악화돼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병원은 사망 직전까지도 감염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선별진료소까지 가동한 상태에서 코로나 19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내부에서 발생했음에도 병원은 무(無)대응으로 일관했던 셈이다. 대남병원은 대구에서 첫 확진자(31번)가 나오면서 지역 감염 우려가 커진 지난 18일쯤에서야 뒤늦게 일부 환자들을 상대로 검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청도군의회 관계자는 18일 당일에 대남병원과 붙어있는 보건소에 감염 현황을 물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결국 다음날 확진자 2명이 최초로 병원에서 확인됐지만 너무 늦은 때였다. 곧바로 방역 당국의 전수조사가 시작됐고, 1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무더기로 확인됐다. 사망자도 7명에 달한다. 이들은 거의 모두 정신병동 환자들이다.
◇ 정신병동 환자들 사실상 방치했나…의료진들 "대남병원 환경 열악"
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선별진료소가 바로 옆에 있었는데도 (병원이) 18일까지 아무것도 한 게 없다"며 "환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보름 넘게 병원이 사실상 무대응한 것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보건소의 관리 부실 책임도 크다"고 덧붙였다.
장기 입원자이자 첫 번째 사망자인 63세 남성과 관련된 기본 기록조차 대남병원에 없었다는 취지의 증언도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정기현 원장은 지난 21일 한 의료 심포지엄에서 이 사망자에 대해 "20년 간 환자에 대한 몸무게 등 기록조차 없어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으나, CT 소견상 피부 지방층 두께가 굉장히 얇아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분이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관련 주요 의료진이 모인 중앙임상위원회도 26일 기자회견에서 정신질환자의 경우 폐쇄 병동에서 공동생활을 하다보니 감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대남병원의 환경은 특히 열악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위원회 소속 이소희 정신건강의학과장은 "청도대남병원은 침대도 없이 바닥에서 매트리스를 깔고 생활하는 등 (다른 곳에 비해) 더 환경이 열악했다"며 "대부분의 정신과 보호병동의 상황이 이렇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도 "(대남병원) 사망자 7명은 대개 정신질환과 면역, 영양상태가 안 좋은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