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아 수와 자연증가, 합계출산율이 모두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9년 출생아 수는 2018년보다 2만 3700명 줄어든 30만 3100명이었다. 출생아 수는 2016년부터 매해 사상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 자연증가 즉, 총출생아 수에서 총사망자 수를 뺀 수치는 2018년보다 2만 명이나 줄어든 8000명에 불과했다. 2019년 한 해 신생아 수가 같은 기간 사망자 수보다 겨우 8000명 많았다는 뜻이다.
자연증가 역시 2013년부터 해마다 사상 최저 기록이 바뀌고 있다.
◇ 사상 초유 '사망자>출생아' 초읽기
통계청 김진 인구동향과장은 "자연증가 8000명은 사실상 0에 가까운 숫자"라고 말했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는 사상 초유의 '자연감소' 발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김진 과장은 올해 상반기 중 자연감소가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통계가 처음 작성된 1970년부터 최근까지 자연증가 추이는 국내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1970년 자연증가는 무려 74만 8056명이었다. 그 이듬해에는 78만 7245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 자연증가 8000명의 100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자연증가 70만 명 선은 정점을 찍은 지 2년 뒤인 1973년 69만 8061명으로 무너졌다.
1970년대는 박정희 정권이 '가족계획사업'이라는 이름의 인구 억제 정책을 강력하게 펼친 시기였다. 앞서 박정희 정권은 1962년부터 경제개발 5개년계획의 일환으로 가족계획사업을 본격 추진했다. 이에 따라 자연증가도 크게 감소해 1978년에는 49만 8430명으로 50만 명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듬해 다시 62만 명을 넘었다.
◇ 30여 년 위세 떨친 '가족계획사업'
그러나 인구 억제 정책이 전두환 정권은 물론 김영삼 정부 전반기까지 이어지면서 인구 자연증가 추세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1983년 결국 연간 자연증가 60만 명 이상 시대는 막을 내렸고(51만 4592명), 바로 다음 해인 1984년 43만 8348명으로 50만 명 선도 이내 끊어졌다.
1986년에는 39만 6763으로 40만 명 선도 뚫렸지만, 3년 만인 1989년 40만 명 선을 회복했고 이후 1997년까지 연간 자연증가 40만 명대가 유지됐다. 한 해 전인 1996년 정부는 인구 억제 정책을 공식 폐기했지만, 30년이 훨씬 넘는 기간 위력을 발휘한 인구 억제 정책의 관성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2002년부터 연간 자연증가 규모가 20만 명대로 떨어졌고, 2013년에는 10만 명대로 접어들더니 그로부터 4년 만인 2017년에는 자연증가가 7만 명대로 추락했다.
특히 최근 들어 자연증가 감소세가 눈에 띄게 가팔라지고 있다.
10만 명대가 무너진 2017년의 전년 대비 자연증가 감소율도 42.4%로 아주 컸는데 이듬해인 2018년은 감소율이 60%를 넘었다. 그리고 지난해는 70%를 훌쩍 넘겼다.
◇ 합계출산율은 절망적인 미래 예고
출생아 수와 자연증가 통계가 우리나라 인구 문제의 굴곡진 역사를 보여준다면 합계출산율 즉,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는 절망적인 미래를 예고한다.
1970년 무려 4.53명이던 합계출산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1983년 2.06명으로 떨어졌다. 바로 다음 해인 1984년 1.740명으로 1명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후 추세적으로 감소가 이어지더니 급기야 2018년에는 0.977명으로 1명 미만 시대로 접어들었다. 지난해는 합계출산율이 0.92로 더 떨어졌다.
현재의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합계출산율 즉, 대체출산율은 2.1명이다. 1명 미만 대체출산율은 한 세대(30년)가 지나면 출생아 수가 지금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 등 각종 기구를 운영하고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며 출산율 제고 등 인구 문제 해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인구 문제가 비가역적으로 악화되고 있음을 드러내는 통계 수치는 정부의 그러한 노력이 무위에 그치고 있음을 웅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