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대법원에 따르면 경찰이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와 지부 소속 간부 등 103명을 상대로 낸 33억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은 대법원 3부에서 심리 중이다. 2016년 5월 서울고법이 경찰(국가) 일부승소로 판결하고 양측이 상고한 후 지금까지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주심인 조희대 대법관은 그간 해당 사건에 대해 단 한 차례도 공개변론을 진행하지 않아 심리 진행 정도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원칙적으로 대법원에 상고된 사건은 상고이유서 등 소송자료만 가지고 변론 없이 판결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 각층의 이해가 충돌하는 중요 사건이거나 국민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 등은 공개변론을 열어 당사자나 전문분야 참고인 등의 진술을 듣는 절차가 마련된다.
이번 사건은 2009년 쌍용차 파업 당시 경찰의 '강제진압'과 관련돼 있어 양측 이해가 첨예하게 부딪힌다. 당시 경찰은 기중기와 헬기, 테이저건 등을 이용해 파업 중인 노동자를 강제로 해산했고 이 과정에서 각종 장비가 파손됐다며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내고 임금과 퇴직금, 부동산 등을 가압류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에 43페이지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해 "정당방위나 정당행위 성립, 과실상계 법리를 적극적으로 적용해 과도한 손해배상책임으로 근로자의 노동3권 행사가 위축되지 않도록 심리해달라"고 밝혔다.
쌍용차 대량해고 사태에서 국가가 기본권 보장 의무를 해태했고 파업 진압 시에는 위법한 공권력을 행사한 만큼 그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조 대법관이 오는 3월 4일부로 퇴임하면서 이번 사건은 후임으로 내정된 노태악 대법관 후보자가 맡게 될 예정이다. 국회는 전날 본회의에서 노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다.
대법원 관계자는 "시간이 많이 지난 사건인 만큼 지연손해금도 늘어나고 있어 신임 대법관이 심리를 맡게 되면 진행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심 법원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경찰에 11억68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소송이 지연되면서 이자가 붙어 최근 배상 규모는 24억원까지 불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