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교인인 대구 서구보건소 감염예방 총괄팀장은 지난 23일 코로나19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의심환자들과 접촉하는 보건소 공무원이었기에 더욱 파장이 컸다. 25일에는 해당 팀장에게 감염된 서구보건소 직원 4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서구보건소 감염예방 총괄팀장은 20일 오후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가 대구시에 통보한 신천지 교인 2차 명단에 포함됐다. 대구시는 이날 오후 4시 59분쯤 해당 팀장에게 문자와 전화를 통해 자가격리를 권고했다. 다음날인 21일 오후 그는 전화를 통해 자신이 신천지 교인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결국 신천지 명단을 통해 자가격리를 권고받자 뒤늦게 자신이 신천지 교인인 것을 알린 셈이다.
그러나 권 시장은 24일 이뤄진 대구시 정례브리핑에서 "그분이 해당 직무를 맡고 있었던 것은 결과이고 이에 앞서 그 분이 '신천지 신도'였을 뿐인데 이를 문제삼기 어렵다"며 "오히려 지금까지 검사를 받지 않고 숨어 있었다면 종교도, 확진 여부도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다소 사실과 다른 이야기로 비난 여론을 가라앉히려 했다.
권 시장의 말처럼 해당 팀장이 솔직하게 알려 확진 판정을 받았다기보다는 질본 명단에 포함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또 다른 문제는 권 시장의 대처가 과거 메르스 사태와는 판이하게 달랐다는 점이다.
지난 2015년 국내 메르스 확산 당시 6급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김모씨는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돼 17일 동안 일상생활을 하다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시에는 정부가 메르스 환자 발생·경유 의료기관을 공개하지 않아 김씨 역시 신고가 늦어졌음에도 권 시장이 시장으로 있었던 대구시는 '늑장 신고'로 지방공무원법상 성실·복종·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김씨를 최종 해임 결정했다.
감염 확률이 높은 대구 신천지 전체 대응도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이 팽배하다. 초기 신천지 내 감염 위험성을 심각하게 보지 않은 까닭에 '늑장'·'뒷북' 대응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20일 브리핑에서 권 시장은 유증상자만 검사가 가능하고,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대구 신천지 교인들 전부를 검사 대상으로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약 일주일이 지난 26일에서야 전체 신천지 신도 대상 전수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번복했다.
뿐만 아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대구시 상황을 논의하는 회의가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장관들의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높이기도 했다.
25일 오후 1시 30분쯤 대구시에서 개최된 특별대책회의에는 이날 대구로 내려온 문재인 대통령을 필두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권영진 대구시장, 이승호 대구시 경제부시장 등이 참석했다.
그런데 밤 사이 부시장 비서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바람에 일제히 비상이 걸렸다. 비서와 밀접 접촉자인 부시장이 회의에 참석해, 대통령 및 주요 장관들과 접촉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아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특별대책회의라고 해도 비서가 의심환자로 분류된 이상, 밀접 접촉자였던 이 부시장도 회의에 불참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었다.
다행히 이 부시장은 검사 결과 26일 음성 판정을 받아 정부 컨트롤타워까지 코로나19에 마비되는 아찔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을 전혀 경계하거나 대비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권영진 시장의 리더십은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