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CBS 노컷뉴스 취재 결과,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서울 주요 대형병원은 지난 25일을 전후해 대구·경북 지역 환자들의 외래 진료와 입원을 제한하고 전화 상담과 처방에 들어갔다.
병원도 코로나19의 유입을 차단해야 할 필요가 높아 불가피하게 내린 조치이지만, 안 그래도 갑작스런 확산세에 불안에 떨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 주민들에게는 마치 차별과 불이익처럼 느껴져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대구에 살고 있는 A씨도 병원의 진료 제한 탓에 하루하루 불안한 마음만 커져가고 있다. A씨 아버지는 과거 위암 수술을 받았지만 최근 다시 재발해 2주에 한번씩 서울 한 대형병원을 오가며 치료중인 상태다.
경과가 좋지 않아 수술로는 손을 쓸 수 없어 항암 주사만이 유일한 치료제인데, 병원은 대구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진료를 3월 둘째주까지 연장하면서 그 사실을 A씨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A씨는 "병원은 '종양내과 교수들이 상의해서 결정한 거라 괜찮다'는 말만 하고 있다"며 "환자 개개인의 특징을 다 파악한 것도 아니고 암세포가 교수들 마음대로 멈춰있는 것도 아닌데 이러다가 잘못되면 병원이 책임질 거냐"고 토로했다.
경북 지역 주민 B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B씨의 어머니는 지난해 6월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위암 1기로 수술하고 3개월마다 정기검진을 받으며 경과를 관찰하고 있다.
아직 수술을 한지 1년도 채 안돼 정기검진으로 상태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지만 코로나19 전파 우려 속에 검진은 예정일보다 한참 뒤로 밀렸다. 병원에서는 "대구·경북 소재 환자들은 당분간 외래를 볼 수 없다"고만 알려왔다.
이밖에 자궁경부암 등 암 수술을 예정했던 환자들도 대구·경북에 살거나 해당 지역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수술 일자가 연기되는 사례 역시 속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1일 이같은 병원의 진료 제한에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필요한 환자의 진단을 지연하거나 적절한 초기 치료의 기회를 놓치게 할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였다.
현재 대부분 병원은 일단 대구·경북 지역 주민들의 외래 진료를 한동안 제한할 방침이지만, 예외적인 경우에는 방문을 일부 허락하도록 접점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서울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대구·경북 지역 환자라도 치료가 꼭 필요한 경우에는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한 다음 음성으로 확인되면 병원에서 진료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코로나19가 몰고온 'TK 거주자'의 의료 사각지대는 대구·경북 지역 안에서도 심각한 상황이다.
늘어나는 확진자 속에 부족한 병상을 호소하는 병원들이 급증하고 있고, 요양병원처럼 가족의 간병 보조가 필수적인 곳에서도 면회 자체가 며칠째 금지되고 있다.
심지어 퇴원이 가능한 환자도 막상 나갔다가 다시 건강이 악화되면 재입원이 어려울 수 있어 그냥 버터야 하는 황당한 일도 발생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25일을 기점으로 대구·경북을 감염병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