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대부분은 학교 기숙사에 살지 않고 대학 주변에서 따로 자취 생활을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대학 차원의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대학가 주변 상인들이나 학생들이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유다.
26일 교육당국과 대학가에 따르면 2월 마지막 한 주간 국내로 입국 예정인 중국인 유학생 약 1만명 중 대부분은 대학 기숙사가 아닌 지역사회에서 지내게 된다.
중국인 유학생이 가장 많은 경희대(지난해 기준 3천839명)의 경우 올해 다닐 중국 학생 중 2주 자율격리를 위해 기숙사 입소를 택한 이는 480여명뿐이었고, 나머지는 국내에 있는 거처에서 따로 지내겠다고 학교에 신고했다.
다른 대학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기숙사에서 2주간 자율격리를 하는 학생은 성균관대 3천330명 중 100여명, 중앙대 3천199명 중 80여명, 고려대 2천508명 중 180여명, 한국외대 1천810명 중 80여명, 연세대 1천400명 중 30여명 수준으로 비중이 미미하다.
대학이 매일 전화 등으로 학생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외출 자제를 당부하면서 코로나19 안전수칙을 권고한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학생들의 외출을 막거나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할 방안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대학가 주변에는 중국인 학생들이 다수 오간다는 이유만으로 불안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허모(72)씨는 "요즘 중국 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마스크 사러 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중국 학생들"이라며 "근처 원룸촌에 중국 학생들이 모여 산다고 해 불안하다"고 말했다. 주변의 또 다른 약국에는 중국어로 '마스크가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기도 했다.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임모(58)씨는 "하루에 중국인 학생 90명 정도가 찾는 것 같다"며 "음식점과 달리 빨리 왔다가 나갈 수 있어 편의점을 더 많이 찾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네에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데 얼굴을 거의 알고 있다"며 "학생들이 고향에 다녀왔다고 하면 '집에서 꼼짝 말고 있으라'고 하고, '외출할 일이 있으면 마스크를 꼭 쓰라'고 잔소리를 한다"고 했다.
또래 대학생들도 불안감을 호소했다. 연세대생 김모(23)씨는 "입국한 중국인 학생들도 본인 생활을 위해 거리를 다닐 수밖에 없을 텐데 걱정이 안 된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며 "신촌에서 자취하는 지인들은 요새 외출도 꺼린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기숙사 밖에서 생활하는 중국인 학생들의 일상 행동까지 관리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난색을 보인다.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한국 대학에 다니는 중국인 학생들은 비교적 생활 수준이 높은 편이고, 2주간 외출이 금지되는 기숙사 생활을 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기숙사 입소는 강제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중국인 유학생 모두를 수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사회에서 지내는 중국인 학생들에게 매일 전화로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동선을 점검하지만 전적으로 학생들의 응답을 신뢰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를 중국인 유학생에게만 돌리는 것이 옳지 않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고려대 대학원생 진모(28)씨는 "중국인 유학생 입국이 특별히 걱정되진 않고, 이런 문제들이 중국인 비하나 차별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자율격리도 국가가 강제한다기보다 개인의 양심에 따른 일"이라고 말했다.
신촌역 인근 상가 직원 황모(24)씨도 "코로나19가 사람 사이에서 전파되는 감염병이니 국적이나 지역을 따질 필요는 없고, 특정 국가나 지역으로 손님을 차별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