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인근에 자취방을 구한 한씨는 학교 방침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자취방에서 자가격리 중이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이 이어지자 한씨는 다시 하얼빈으로 돌아갈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한씨는 "지금은 하얼빈보다 한국 상황이 더 안 좋다"며 "가족들도 중국으로 돌아오라고 해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중국 헤이룽장성 최대 도시인 하얼빈 인구는 1천만명이 넘는다. 중국 당국은 하얼빈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도심 4개 구를 봉쇄하는 등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은 상황이다.
26일 중국인 유학생들에 따르면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새 학기를 맞아 입국한 중국인 유학생들이 다시 모국으로 돌아가거나 아예 한국에 오지 않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지린성 창춘에서 온 B대학 유학생 쑨모(22)씨는 "창춘은 확진자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어 이제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라며 "중국인 친구들과 얘기해보면 다들 '한국이 더 위험하다', '중국에 돌아가는 게 낫겠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쑨씨는 "중국은 지역 봉쇄 등 통제 단계로 들어섰는데 한국은 중국만큼 통제를 잘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산둥성 옌타이 출신인 C대학 유학생 유모(28)씨는 "산둥성 상황은 점점 나아지고 있는데 한국은 상황이 악화하고 있어 함께 유학 온 친구 3명이 이번 학기를 휴학하고 중국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한 중국인은 "최근 칭다오에서 유학 온 대학생 4명이 한국에 들어왔다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부모들이 '당장 중국에 다시 들어오라'고 해 돌아가는 일이 있었다"고 했다.
장시성 난창에 사는 D대학 유학생 양모(20)씨는 아직 한국에 오지 않았다. 양씨는 "장시성은 새로운 확진자가 없는데 한국은 상황이 급격히 악화해 휴학을 고민 중"이라며 "이미 한국으로 간 중국인 친구들도 중국으로 돌아올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은 새학기 개강에 맞춰 돌아오는 중국인 유학생들을 입국 후 14일 동안 기숙사에 입소하도록 해 대학당국이 관리하거나 원룸 등 개인 공간에서 자가격리하도록 하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유학생들은 자취방 등 개인 공간에서 자가격리하는 경우 학교에서 자신들을 관리하는 방법이 전화로 안부를 묻는 정도에 그친다며 유학생 관리체계의 한계를 지적했다.
E대학 유학생 권모(30)씨는 "기숙사 밖에서 자가격리 중인 학생에게는 학교 관계자가 전화로 몸 상태는 어떤지, 자가격리를 잘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데 결국 학생 양심에 맡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유학생 한모씨는 "학교에서 내 건강을 확인하는 전화는 못 받았다"며 "누구는 받았다고 하고, 누구는 못 받았다고 하는데 파악을 제대로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