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자 북한 노동신문 1면에는 실린 사진을 보면 백두산 지구 혁명전적지 답사 행군을 시작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일꾼들과 대의원들은 하나 같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이에 앞서 19일자 노동신문에도 '백두산 밀영 고향집'을 방문한 전국 청년동맹 일꾼들이 전원 마스크를 쓴 사진이 실렸다.
반면 지난 1월 22일부터 열흘 넘게 진행된 북한 학생 소년들의 '광복의 천리길' 답사 행군, 전국 농근맹 간부들의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 답사 행군 등과 관련한 사진에서는 수백 명이 모이는 행사임에도 마스크 착용을 거의 볼 수 없었다.
백두산 답사는 북한에서 일종의 성지 의례에 해당하는 만큼 이 때까지만 해도 마스크 착용을 허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들은 최근 코로나19와 관련이 없는 기사임에도 공장, 대학, 광장 등 다양한 공간에서 마스크를 쓰고 활동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다양하게 공개하고 있다.
한 두 달 사이에 나타난 이런 변화는 코로나19에 대응한 북한 당국의 마스크 착용 독려, 국제 사회의 시선의식, 실제적인 감염 우려와 불안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한은 한국 등 주변 국가의 코로나19 발병 관련 소식을 자세하고도 신속하게 보도하면서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이다.
노동신문은 지난 22일 '모두가 마스크를 철저히 착용하자'는 기사에서 "일상생활과정 특히 공공장소나 야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가 안하는가 하는 것은 국가가 인민의 생명안전을 지키기 위해 선포한 방역대전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 문제"라며, "지금과 같은 비상시기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문제는 사회의 한 성원으로서 초보적인 의무도 지키지 못하여 나라 앞에 죄를 짓게 된다는 것을 논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적 및 정치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이어 "우리나라는 아직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여 마음의 탕개를 풀어놓아야 할 근거는 하나도 없다"면서, "누구를 막론하고 국가가 선포한 비상방역체계가 해제될 때까지 야외활동과 모임장소들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의무화해야한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의 이런 독려는 국제 사회의 여론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나 유니세프(UNICEF) 등 국제 사회에 코로나19 예방 물품 지원을 요청한 북한으로서는 자체 방역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음을 대외에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북한은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음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오춘복 북한 보건상은 지난 19일 조선중앙TV 인터뷰에서 "다행히도 오늘까지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신형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감염자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된 확진 사례도 없다.
북한은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 때도 1건 발생 사실만 뒤늦게 세계동물보건기구에 알린 적이 있다. 북한이 감염병에 대해 세계보건기구에 발병 사실을 보고한 것은 신종 플루 때가 유일했다.
확진자가 없다는 북한의 공식 주장에도 불구하고 전국으로 확산되는 마스크 착용은 코로나19에 대한 북한 사회의 우려와 불안이 일상생활에까지 녹아들어가 있음을 반증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