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직격탄 연극계 "누굴 위한 '연극의 해'인가?"

한국연극협회 "'연극의 해' 사업 추진 어불성설"
"관련 예산, 코로나19 피해 연극인들 지원" 요구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한 카페에서 (사)한국연극협회 오태근(오른쪽) 이사장이 코로나19 확산과 2020연극의 해에 대한 입장을 전하고 있다. (사진=한국연극협회 제공)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연 중단·취소·연기로 직격탄을 맞은 연극계가 2020년 '연극의 해' 사업 추진을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하면서, 관련 예산 21억 원을 코로나19로 피해 입은 연극인들에게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한국연극협회는 2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코로나19 확산과 2020연극의 해에 대한 한국연극협회의 입장을 내놨다.

이날 한국연극협회 오태근 이사장은 "지난 20일 박양우 문화체육부(문체부) 장관은 대학로를 방문해 공연계에 닥친 이번 사태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다"며 "약 21억 원의 피해 보전 예산과 30억 원의 긴급생활자금 융자 등 대책을 통해 공연계 전반에 불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피해를 최소하나마 지원하겠다고 한 약속은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5년 전, 2015년 5월에서 6월까지 메르스로 인해 속수무책으로 연극계가 피해를 입던 상황 이후, (그해) 8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 국민의 혈세로 지원한 메르스 피해 관련 보상 정책이 정말로 대다수의 현장 연극인들에게 집행이 됐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5년이 지난 지금, 국공립 극장과 사설 대형 극장을 제외하고 자체적인 방역을 진행할 수 없는 소극장들은 정부 당국의 구체적인 지침도 받지 못한 채 공연단체가 마련한 자구책으로 공연을 진행하는 상황이 됐다. 이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문화재단의 도움으로 기초적인 방역을 진행했을 뿐 발병을 우려하는 지자체의 일방적인 취소에 대해서는 아무런 권고를 할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습니다. 역설적으로 '연극의 해'라고 명명한 2020년 벽두부터 연극인들은 황당한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오 이사장은 "2020연극의 해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며 "추가 편성된 예산으로 차후 보전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새로운 질병은 또다시 올 것이다.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제2, 제3의 상황에 그대로 노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2020연극의 해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길 요구한다"며 "문체부 주최 토론회에서 졸속적이고 즉흥적으로 결성한 추진위가 묵묵히 현장을 지키는 전문 연극인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연극의 해 사업을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고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지금 추진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2020연극의 해와 관련해 책정된 예산 21억원을 코로나19로 실제 피해를 받은 연극인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것이라는 제안을 문체부와 연극인들에게 하고 싶다"며 말을 이었다.

"한국연극협회는 코로나19가 진정국면이 될 때까지 피해상황을 집계해 피해액과 규모를 지역 협회, 단위 협회와 함께 산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장에서 직접 피해를 입은 배우, 스태프 등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연극의 해 예산을 사용하는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문체부가 제안한 연극의 해 명칭은 홍보나 광고, 혹은 모든 인쇄물을 통해 계속 유지될 것이다."

오 이사장은 "지난 메르스 사태 당시 연극계에 집행된 피해보상 정책처럼 일부 단체나 개인이 악용할 소지가 없도록 구체적이고 철저한 대책을 세워주시길 바란다"며 "문체부의 적극적인 검토를 기대하겠다. 연극인이 살아야 연극이 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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