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사고 후 미조치)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고 23일 밝혔다. 사건은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다시 심리하게 된다.
덤프트럭 기사인 A씨는 운전 중 차선을 변경하다가 옆 차로에서 주행 중이던 승용차 뒷부분을 들이 받고도 그대로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충돌 직후 피해차량 운전자는 갓길에 차를 세웠고 A씨 트럭을 뒤쫓지는 않았다. 피해차량 운전자와 동승자는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고 범퍼 수리에 약 380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A씨는 덤프트럭 적재물들이 부딪히는 소리 때문에 사고가 난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다고 항변했지만 1심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고 발생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음에도 현장을 떠났기 때문에 도주치상과 사고 후 미조치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된다는 것이다.
2심도 도주치상 혐의는 유죄로 봤지만 사고 후 미조치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면서 기존 500만원이었던 벌금형을 300만원으로 감형했다. 2심 재판부는 "사고로 인한 파편이 없었고 피해 차량이 도로 가장자리로 바로 이동해 차량 흐름에도 지장이 생기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해차량 운전자가 A씨 차량을 추격하지 않았더라도 피해차량의 정차 위치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보면 A씨는 원활한 교통 확보를 위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 후 미조치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