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변호사 "강제징용 재판, 배후 있을 수 있다"

양승태, 마스크 쓰고 등장…폐암 수술로 두 달만에 공판 재개
변호인 "출석은 가능하지만 안정, 추적진료 필요…고려해달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왼쪽부터),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사법농단'으로 불리는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이 두 달 만에 재개됐다.

주 2회 이상 속행됐던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은 폐암 의심 진단을 받은 양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14일 폐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으면서 그간 잠정 중단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21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54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 전부터 일찍 입정한 양 전 대법원장은 정장 차림에 한참 유행 중인 코로나19 를 의식한 듯 하얀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타났다.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은 양 전 대법원장의 상태를 묻는 재판부 질문에 "출석은 가능하지만 진단서에 있는 대로 아직 안정과 추적진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변호인 소견으로는 향후 재판진행에 있어 아직 회복 중에 있는 건강상태를 고려해 진행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요청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재판부에 양 전 대법원장이 수술 이후 병원에서 받은 소견서 등 참고자료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 거래' 혐의와 관련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본 기업 측을 대리한 대형로펌 김앤장의 조귀장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2년 5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 등 일본기업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들의 배상청구권을 인정하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에 따라 2013년 서울고법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이 이뤄졌고 일본기업 측에서 재상고하자 양 전 대법원장은 김앤장과 협의를 주고받으며 상고심 결론을 뒤집기 위해 해당사건을 대법관 모두가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넘기려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김앤장에서 강제징용 사건을 총괄한 한상호 변호사를 통해 미쓰비시중공업을 법적으로 대리한 조 변호사는 대법원의 최종결론을 바꾸기 위해 김앤장 안팎에서 논의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조 변호사는 지난 2014년 김앤장에서 판결 변경을 위해 외교부를 끌어들이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정확하게 (한 변호사가) 어떤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면서도 "전반적 취지는 (개인의 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외교부 의견을 대법원에 내고 싶고,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전원합의체에서 더 심사숙고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큰 틀에서 오갔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에 (외교부 등 국가기관이) 의견서를 낼 수 있는 제도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돼 이를 검토해볼까 하던 중 한 변호사에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던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임 전 차장에게 이야기를 듣고 저희가 (의견 촉구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또 '임 전 차장이 김앤장에 전달한 내용이 임 전 차장 혼자만의 의견이라 생각했는지'를 검찰이 묻자 잠시 난처한 웃음을 짓다가 "깊이 있게 생각해보지는 않았는데 아무튼 혼자 생각은 아닐 거란 정도는 생각했던 것 같다"며 "다만 재판부 부탁인지, 누구 부탁인지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이어 양 전 대법원장의 의사가 반영됐을 수도 있지 않겠냐는 질의에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고 답해 '배후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한편 지난해 8월 양 전 대법원장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한 변호사는 평소 친분이 있는 양 전 대법원장과 사석에서 여러 차례 만나 강제징용 사건의 재상고심 진행상황을 언급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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