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최대 변수 '대구 신천지' 전파 속도 미스터리

보건당국이 인정한 '슈퍼 전파' 대구 이단신천지, 기존 사례와 비교불가
밀폐된 좁은 공간서 장시간 집회…집회 후에도 접촉 잦아
31번 환자도 대구 환자 중 2차 감염 그룹 추정…오래 전부터 감염 진행됐을 듯

20일 오후 대구시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 인근에서 남구청 보건소 관계자들이 방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코로나19 사태 최대 변수로 '슈퍼 전파'가 일어난 대구 이단신천지가 꼽히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기존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울만큼 환자들이 대거 발생한 신천지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기존 사례와 차원이 다른 대구 신천지 감염 추이…그 안에서 무슨 일 있었나

지금까지 보건당국은 코로나19 확진자로부터 전염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집단으로 의료진과 가족을 꼽았다.

의료진의 경우 환자들의 증상이 이미 발현된 뒤에 접촉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진료 과정에서 주요 전염 매개체인 비말, 즉 침이나 콧물 등 분비물을 다뤄야 할 상황을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19가 비교적 초기에 발견되고 병원 및 의료진들도 대비를 갖추면서 아직 국내에서는 의료진 감염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또 가족의 경우 한 집에서 숙식을 같이 하기 때문에 접촉 시간이 길고 접촉 강도도 높지만, 기존 코로나19 환자의 접촉자를 살펴보면 가족 간에도 전염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상식은 모두 비말감염이 가능할 만큼 밀접접촉자들이 주로 감염된다는 보건당국의 예상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하지만 대구 이단신천지의 환자 발생 추이는 이러한 상식을 뛰어넘고 있다.

그동안의 감염 추이를 따르자면 신천지에서도 '최초 감염자'와 접촉한 일부 신도만 전염되야 한다.

하지만 대구 이단신천지와 직접 관련된 것으로 확인된 환자만 47명으로, 전체 105명 환자 중 약 45%에 달하는 '슈퍼 전파'가 일어났다.

게다가 아직 대구, 경북에서 발견된 환자 가운데 역학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사례도 있고, 일부 환자들은 신천지와의 연관성을 숨기다 뒤늦게 인정한 사례도 발견되고 있어 실제 신천지 연관 환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천지 신도들 예배 장면 (사진=연합뉴스)
◇밀폐된 좁은 공간·장시간 진행하는 집회가 주범? 집회 후에도 접촉 잦았던 듯

그동안 보건당국은 밀접하게 접촉하지 않더라도 감염할 수 있는 경우의 수로 2가지 상황을 제시해왔다.


하나는 인공호흡, 기도 삽관 등 의료조치를 하면서 환자의 분비물이 대량으로 에어로졸(공기 중에 떠 있는 고체 입자 또는 액체 방울) 형태로 퍼지는 경우다.

또 하나는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접촉하는 경우로, 중국 우한에서 온 관광객을 태운 버스 기사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일단 신천지의 경우는 후자로 보인다. 신천지는 대개 좁은 공간에 붙어앉은 채로 한번에 약 2시간에 걸쳐 집회를 진행한다.

또 집회를 마치면 그 자리에서 삼삼오오 모여 음식을 나눠먹는가 하면, 집회가 없는 평일에도 교리 공부 등을 이유로 시내에서 모임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김우주 감염내과 교수도 "신천지에서는 좁은 곳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기침하면 바이러스가 실내 공간에 에어로졸처럼 퍼져나갔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직도 빙산의 일각"…예상 뛰어넘는 '장기 감염' 진행됐을 수도 있어

게다가 보건당국은 대구 환자 중에서 31번 환자가 최초 감염자일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31번 환자의 발병일은 지난 7일 정도로 보는데 전체 신천지 사례 발병일을 보면 7~9일에 일부 (발병한) 환자가 있다"며 " 유사 시기에 발병한 환자가 더 있기 때문에 31번 환자가 초발환자라고 보기 어렵고, 이 분도 2차 감염자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비록 31번 환자가 발견된 시점은 지난 18일이지만, 실제로 대구 신천지에 처음 코로나가 상륙한 시점은 이와 무관하게 훨씬 더 오래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미 대구 지역 전체가 코로나19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전국 거점도시를 돌며 집회에 참석하는 신천지 특유의 문화를 감안하면 대구 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신천지발(發) 코로나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대목동병원 천은미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 환자들의 가족이 있고, 행동 반경이 있지 않느냐"며 "지금은 빙산의 일각일 뿐, 여기에 몇 배의 환자가 더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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