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사태는 금융 정책과 집행 업무를 담당하는 금융위원회의 허점투성이 규제완화와 감독 업무를 담당하는 금융감독원의 감독 소홀이 만들어낸 총체적 부실의 산물인데 금융당국은 운용사와 판매사 탓만 해왔다.
하지만 펀드 돌려 막기, 불완전 판매 등 온갖 불법이 판친 라임펀드 사태는 돈을 쫓는 불나방 같은 자본시장의 어두운 면을 간과한 채 판을 깔아준 금융당국의 책임 역시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 '모험자본 육성' 장밋빛 전망… 돌아온건 규제완화 毒
2015년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여러 자리에서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를 언급했다. 임 전 위원장은 "사모펀드와 관련한 규제를 획기적으로 바꾸겠다", "유능한 플레이어의 활발한 진출을 위해 진입 문턱을 낮추고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하겠다"라는 말을 여러 차례 공식 자리에서 하는 등 사모펀드 활성화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금융위는 2015년 7월 사모펀드를 활성화하기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내놨다. 자본시장을 통한 모험자본의 육성과 국가 경제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사모펀드 규제완화를 논의하는데 까지는 좋았지만 금융소비자 보호는 소홀했다.
이 당시 법 개정으로 사모펀드 운용사를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도록 하고, 사모운용사 설립 자본금 요건을 60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낮췄다. 그 결과 사모펀드 시장은 2015년 200조 원에서 지난해 416조 원, 2015년 규제완화 전 80여 개던 자산운용사는 2019년 275개로 급속도로 성장하는 반면 부실한 자산운용사도 늘어나게 됐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규제는 풀어주고, 책임도 묻지 않고, 우리는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정무위에 출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규제를 풀다보면 항상 부작용이 있고, 규제를 악용하는 부분도 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규제완화로 인한 불가피한 측면으로 축소하는 모습이었다.
◇ 늑장 대처에 피해 늘어나는데 "서두르는 것보다 잘 하는 게 중요" 변명
금융위가 규제를 풀어 '고양이에 생선을 맡긴 꼴'이 됐다면 감시 감독을 해야하는 금감원도 사모펀드 특성상 규제가 어렵다는 점,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손을 놓고 있었다.
금감원은 이미 지난해 7월 라임에 대한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 8월에 검사에 착수했지만 공식 발표까지는 7개월이 더 소요됐다. 이상징후가 발견된 지난해 7월에서 시중에서는 문제의 펀드가 팔리고 있었다.
윤 금감원장은 "문제가 생기기 전에 개입하기 어려웠다", "책임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나름대로 수단이나 자원 활용해 적극 대처했다고 생각한다"며 방어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윤 금감원장의 해명에 "휘슬을 불 때 안 불고, 안 불 때 불면 되겠냐. (미래통합당 유의동)" , "피해자들 앞에서 너무 조직에 관대한 것 아닌가(더불어민주당 유동수)", "금융위, 금감원 모두 사후약방문(미래통합당 김성원)"이라는 정무위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