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악재들 속에서 총선 관련 이슈를 선점하려는 전략과 비전 제시도 없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 '원종건 미투'에서 '김남국 논란'까지…계속된 악재
민주당은 지난달 말 영입인재 원종건 씨의 '미투' 문제가 불거지면서 검증능력에 허점을 드러냈다.
자당을 비판한 '민주당만 빼고' 칼럼을 쓴 고려대 임미리 연구교수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당이 오만하다'는 비판까지 이어졌다. 당 지도부 차원의 사과도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에야 나왔다.
'조국백서'를 쓴 김남국 변호사의 서울 강서갑 출마 논란도 골칫거리였다. 이 지역 현역 의원은 청문회에서 조 전 법무부장관을 비판한 금태섭 의원이다. 그래서 자칫 총선에서 조국 대 반(反) 조국 프레임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당 관계자는 "대구·경북은 전멸이고, 부산·경남도 몇이나 살아남겠느냐"면서 "조국 논란이 이어지면 수도권에서도 최소 5석 이상은 날아 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재호 의원 등 '컷오프'(공천 탈락)된 현역 의원들도 당 결정에 불복하고 이의신청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어느 정도의 공천 후유증도 피할수 없게 됐다.
물론 물리적 충돌까지 빚었던 과거 공천 과정보다는 순조롭지만, 크고 작은 악재가 쌓이면서 전체 판세가 불리하게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제1당을 지키는 게 어려울 수 있다"면서 "지역구에서 비슷한 숫자를 유지해도 비례의석에서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런 악재들은 대부분 장기화할 성질은 아니라는 점에서 "큰 문제가 아니다"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총선 정국을 주도할만한 전략이나 비전도 나오지 않고 있는 점은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지기 어렵다는 우울한 전망으로 이어진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 여러 상황에서 당의 역할이 선거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무엇을 위한 총선인지 콘셉트도 안 잡히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코로나19에 따른 지역 경제 침제도 여권에겐 부담이다.
코로나19 사태만 봐도 최근 대구 등 지역사회로까지 번지면서 사망자까지 나왔지만, 집권 여당 차원의 장기적인 대책은 없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많다.
한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지금까지 코로나 사태를 막는 데는 선방하고 있지만, 당 차원에서 총선 이후 방역체계를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등 구체적인 전략이 없다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은 지난달 15일부터 '전국 무료 공공 와이파이(Wi-Fi)'를 시작으로 총선 공약을 공개하고 있지만, '벤처 4대강국 실현', '청년·신혼 주택 10만호 공급' 등 모두 대선 공약과도 일부 겹치고 실현 방안도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통상 대통령 임기 중간에 낀 총선은 정권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여당으로서는 불리한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또 보수야당들이 3년 만에 뭉쳐 미래통합당을 만들면서 총선 구도도 여당에게 유리하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 눈앞에 악재를 수습하는 데만 그친다면 야당의 '정권 심판론'을 벗어나기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용인대 교양학부 최창렬 교수는 "여당도 보수 야당들과의 정쟁에 휩싸이지 말고 정부와 함께 구체적인 의제설정에 힘을 써야한다"고 말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센터장은 "국정 안정이라는 수세적인 대응보다는 '개혁 완수'라든지 좀더 공격적인 프레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이현우 교수도 "지향하는 가치관에 대한 일관성을 가지고 추진력이 있다는 걸 진실성 있게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총선에 승리하려는 여당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