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는 살인과 사체손괴‧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에게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2년 만에 아들을 보러 간 피해자가 한나절 만에 참혹하게 살해돼 현재 시신조차 찾지 못 하고 있다. 천륜인 아들과 피해자를 단절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고 설명했다.
또 "범행 이후에도 피해자가 성폭행하려 하자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하는 등 피해자에 대한 연민을 찾아볼 수 없고, 피해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남편 살해사건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장, 범행 잔혹성, 피해자 유가족의 슬픔을 종합해서 형을 정했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고유정이 범행 전부터 현남편 잠버릇을 언급하거나 현남편에게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된 정황 등을 보면 의심스러운 점이 있으나 이런 증거만으로 유죄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현남편에게서 수면제 성분인 독세핀정이 검출됐다고 해도 '분절 감정'이 이뤄지지 않아 투약 시기가 범행 직전인지, 범행 이후인지 특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분절 감정'이란 머리카락이 한 달에 1㎝씩 자라는 특성을 감안해 수면제를 언제 먹었는지 감정하는 것이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분절 감정은 진행 못 했다.
또 "피해자가 또래 아이에 비해 왜소하고 사건 당일 수면 유도제 성분이 담긴 감기약을 먹었다는 점에서 함께 자고 있던 피해자 아버지의 몸에 눌렸어도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 한 채 숨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고유정은 지난해 5월 25일 저녁 제주시 조천읍 한 펜션에서 전남편(36)을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지난해 3월 2일 새벽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엎드려 자는 의붓아들(5)의 뒤통수와 가슴 부위를 10여 분간 눌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지난달 20일 검찰은 고유정의 일련의 범행을 "극단적 인명 경시 태도에서 비롯된 계획살인"으로 규정하고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