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우는 20일(한국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델레이비치에서 열린 델레이비치오픈(총상금 60만2935 달러·약 7억2000만 원) 2회전에서 라이언 해리슨(433위·미국)을 2 대 1(6-4 3-6 7-6<7-0>)로 제압했다. 한때 40위권까지 올랐던 만만치 않은 상대를 2시간 38분 접전 끝에 눌렀다.
3주 연속이자 개인 통산 4번째 투어 8강이다. 권순우는 타타오픈, 뉴욕오픈까지 3회전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투어급 선수로 거듭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권순우는 투어 8강이 한번뿐이었다. 권순우는 지난해 8월 멕시코오픈에서 생애 첫 투어 8강에 진출했다.
최근 상승세로 권순우는 개인 최고 세계 랭킹을 경신할 전망이다. 이번 대회 8강으로 랭킹 포인트 45점과 상금 1만6990 달러(약 2000만 원)를 확보한 권순우는 다음 주 발표되는 랭킹이 70위권까지 오를 전망이다. 현재 82위인 권순우는 지난해 9월 81위가 개인 최고였다.
생애 첫 투어 4강에 4번째 도전이다. 권순우는 3회전에서 미국의 라이언 오펠카(54위)와 맞붙는다. 오펠카는 211cm의 장신으로 강서브가 위력적이다. 이날 2회전에서도 오펠카는 최고 시속 224.6km의 광서브로 에이스 17개를 잡아냈다.
하지만 권순우는 최근 비슷한 스타일의 강호를 잡은 적이 있다. 지난 13일 뉴욕오픈 2회전에서 만난 당시 32위였던 밀로스 라오니치(캐나다)다. 권순우는 2016년 윔블던 준우승까지 차지한 라오니치에 2 대 1(1-6 6-3 6-2) 역전승을 거뒀다.
라오니치도 2m 가까운 장신에 강력한 서브를 구사한다. 지난달 호주오픈에서 라오니치는 최고 시속 229km를 찍었다. 대회 최다인 100개의 서브 에이스를 수확했을 정도.
그러나 권순우는 특유의 견고한 스트로크로 라오니치를 무너뜨렸다. 서브 에이스에서 5 대 33으로 절대 열세였지만 빠른 발을 앞세운 스피드와 수비로 상대를 제압했다.
만약 권순우가 대회 4강에 오르면 랭킹이 60위권까지 진입할 수 있다. 오는 7월 개막하는 도쿄올림픽 진출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올림픽 단식은 64강부터인데 와일드카드 8명을 빼면 세계 랭킹 56위까지 진출한다. 다만 한 국가에서 4명까지 출전할 수 있어 70~80위권까지 커트라인이 내려갈 수 있다.
권순우가 60위권까지 오르면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의 꿈도 확실해진다. 권순우는 오는 3월 열리는 국가 대항전 데이비스컵 출전도 고사하며 랭킹을 높이기 위해 투어 대회에 집중해 꿈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