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분의 실망을 환희로 바꾼 이니에스타의 '1분'

‘연봉 357억’ 세계적인 축구스타의 '결정적 패스'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평가받던 스페인 출신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는 추운 날씨에도 자신을 보기 위해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은 많은 축구팬에게 종료 직전 승패를 바꾸는 결정적인 '한 방'으로 89분의 실망을 환희로 바꾸는 마법을 선보였다.(사진=연합뉴스)
별은 스스로 빛나야 할 때를 안다. 16년 만에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비셀 고베)가 그랬다.


K리그1 수원 삼성은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020시즌을 시작하는 홈 개막전을 치렀다. 수원이 새 시즌의 문을 여는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G조 1차전 상대는 일본 J리그 소속 비셀 고베.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FC바르셀로나에서 활약했던 스페인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벨기에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토마스 베르마엘렌이 뛰는 바로 그 고베다.

특히 이니에스타는 바르셀로나 소속으로 지난 2004년에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한 경험이 있다. 이후 16년 만에 다시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는다는 점에서 축구팬의 큰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 시즌 K리그1을 기준으로 수원의 평균 관중은 8841명. 총 19번의 홈 경기에 16만7974명의 관중이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하지만 이니에스타가 속한 비셀 고베를 상대한 2020시즌 첫 경기에 무려 1만7372명의 축구팬이 찾았다. 지난 시즌 평균 관중의 두 배가 넘는다. 한 눈에 봐도 지난 시즌보다 많은 관중이 경기 전부터 관중석에 자리했다.

지난 시즌 가장 많은 축구팬이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았던 경기는 5월 5일 FC서울과 슈퍼매치로 2만4019명. 하지만 이는 날이 비교적 좋은 봄, 그리고 주말이었다는 점에서 고베전을 찾은 1만7372명의 축구팬은 더욱 놀라울 수밖에 없는 수치다.

1983년생 염기훈과 1984년생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나이를 잊은 활약은 수원 삼성과 비셀 고베의 대결을 보는 또 다른 포인트였다.(사진=연합뉴스)
사실 축구팬의 관심은 이니에스타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전성기를 훌쩍 넘긴 30대 중반의 나이지만 전성기 때는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을 모두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았던 만큼 눈앞에서 세계적인 기량을 직접 보려는 팬들로 막바지 추위가 기승을 부린 수원월드컵경기장에 많은 축구팬이 찾았다. 자연스레 수원을 응원하는 열혈 서포터 역시 지난 시즌보다 더 많았다.

경기 후 이임생 수원 삼성 감독이 “개인적으로는 오늘 경기에서 이니에스타보다 염기훈의 경기력이 더 돋보였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을 정도로 이니에스타의 경기력은 분명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 탓에 활동량은 예전만 못했다. 하지만 수비의 틈을 찾아 정확하게 찌르는 패스만큼은 여전했다. 수원 미드필더의 저돌적인 몸싸움을 능수능란하게 대응하는 모습은 지켜보는 이들의 탄성을 불렀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추운 날씨 속에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은 많은 축구팬이 이니에스타에게 기대했던 모습은 아니었다. 그렇게 경기는 후반 45분까지 흘렀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무려 3000만 달러, 우리 돈 약 357억원의 엄청난 연봉을 받는 이니에스타의 왼발이 번뜩였다. 수원 수비수의 키를 넘긴 이니에스타의 패스는 사카이 고토쿠에게 전달됐고, 다시 이 공은 수원의 문전으로 향했다. 그리고 후루하시 교고가 후방에서 달려들며 마무리했다.

이 골로 고베는 수원 원정에서 귀중한 승점 3점을 가져갔고, 수원은 아쉬운 패배로 고개를 떨궜다. 경기 후 이니에스타는 “다시 한국에 와서 축구할 수 있어 행복했다”며 기분 좋게 미소지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