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31번 환자가 다닌 신천지교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CBS노컷뉴스는 같은 신천지교회를 다니는 신도 A씨를 접촉해 저간의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추가 확진자 15명 중 14명이 대구 신천지 신도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4시 현재 20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서울과 수원 각 1명을 제외한 18명은 대구·경북에서 나왔다. 특히 31번 확진자가 다니는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 1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같은 신천지교회에서 31번 확진자를 포함해 모두 15명이 확진된 '집담감염'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31번 확진자의 접촉자만 이날 오후 현재 166명으로 확인됐다. 다른 확진자와의 교차 접촉까지 감안하면 숫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은경 본부장은 "31번 환자가 방문한 교회에서 '슈퍼전파' 사건이 있었다고 판단한다"며 "교회 전체에 대한 선별검사와 진단검사를 시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51명 가운데 무려 30%에 가까운 15명이 같은 신천지교회 신도로 확인되면서 여론의 관심도 신천지 대구교회에 집중됐다. CBS노컷뉴스는 여러 경로를 통해 수소문한 끝에 이 신천지교회를 수년 다녔다는 A씨를 접촉할 수 있었다.
당초 인터뷰를 극구 사양하던 A씨는 신원을 철저히 비공개하겠다는 취재진의 약속을 믿고 어렵사리 입을 뗐다. A씨가 폭로한 신천지의 행태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A씨 "부녀회, 예배 후 음식 나눠 먹어"…"마스크 빼라"고도 강요
31번을 포함한 15명의 확진자는 대부분 여성들이다. 나이는 30대에서 60대로 중장년층이다. A씨는 신천지 대구교회의 집회 공간이 성별∙연령별로 구분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신천지교회는 부녀는 4층, 청년(20~34세 미혼 남녀)은 8층, 장년은 7층에서 집회를 따로 본다. 특히 부녀회는 집회가 끝나면 바로 그 자리에서 각자 미리 집에서 준비해온 음식을 나눠 먹는다고 한다.
A씨는 "예배가 끝나면 삼삼오오 원으로 둘러 앉아 담소를 나눈다. 그 원이 수십개다. 그런 문화가 이번 슈퍼감염에 한 몫 한 것 같다"고 증언했다.
31번 확진자는 증상이 있던 이달 9일과 16일 2시간씩 집회에 참석했다. 증상이 없었지만 감염된 상태였던 잠복기에도 2차례 신천지교회에 갔다. 31번 확진자가 참석했던 문제의 집회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을까.
A씨는 9일과 16일 31번 확진자와 다른 시간대 집회에 나갔다면서 대신 같은 신천지교회 신도인 B씨의 설명을 전했다. B씨는 A씨를 통해 "그날도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며 "30분 동안 목소리를 내서 찬양, 1시간 동안 말씀을 들은 뒤 신자들끼리 모여 20~40분 정도 담소를 나눴다"고 말했다.
청년회 소속인 B씨는 31번 확진자가 참여한 부녀회 집회를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확진자가 나오기 전이었기 때문에 평소와 비슷한 일상적인 분위기였다. 부녀회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좁은 공간에서 2시간 가까이 얼굴을 맞대고 소리를 지르며 음식까지 나눠먹는 집회는 '비말' 형태로 전염되는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더 키울 수밖에 없다. 신천지교회 측은 심지어 집회 중에 마스크를 쓰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A씨는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할 때도 전도사가 '예배 때 마스크를 빼라'고 강요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500여명이 모여도 마스크를 낀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B씨도 "9일인지 16인지 확실히 기억나진 않지만, 입구에서 '예배 복장을 갖춰라', '예배 때는 마스크를 벗어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대구지파, 상황별 대처 방안 공지하며 '조직적 은폐' 시도
9일 혹은 16일 집회에서 감염원이 특정되지 않은 '집단감염'이 이미 일어난 뒤였지만 신천지교회 측은 18일 처음으로 31번 확진자가 드러났을 때에만 해도 조직적인 은폐를 시도했다. (관련기사: "그날은 예배 안갔다"…신천지 코로나19 지령 보니)
신천지 대구지파 섭외부는 상황별로 대처 방안을 소개했다. 섭외부는 신천지 내 교인의 탈퇴를 막는 부서이고, 공지에 나와있는 'S'는 신천지가 스스로를 칭하는 은어다.
섭외부는 "현재 대구 코로나 확진자 관련으로 S얘기가 많이 나오면서 가족들이 S노출 및 핍박자들에게 S에 대해서 언급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S가 오픈된' 교인들은 부정적 인식이 없다면 '그 날은 예배 안 갔다. 내가 친구랑 놀러간 날 그 사람(31번째 확진자)이 예배드린 것 같더라' 혹은 '거기 말고 난 다른데서 예배드렸다'라고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또 'S에 가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교인들에게는 '부모님 덕분에 내 건강을 지키게 됐다며 감사함을 표하고, 나와 S는 전혀 관계가 없음을 확실하게 표시하라'고 지시했다. 'S임을 의심받는' 교인은 'S에 코로나가 있는 게 나랑 무슨 관계냐. 내가 코로나에 걸렸으면 좋겠냐'라고 대응하도록 설명했다. A씨는 "이런 지령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고 증언했다.
◇신도들에 "댓글 조작 가담하라"며 지시하기도
아울러 신천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신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른바 '댓글 공작'을 펼치기도 했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에 올라온 기사에 몰려가서 우호적인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눌러 추천 상위로 올려 보내는 방식이다. A씨는 "지도부에서 조직적으로 좌표를 찍어준다"고 밝혔다.
A씨가 보낸 캡처본을 보면 한 신도가 기사를 공유한 뒤 "여러분. 어제 X팀의 불과 같은 클릭이 대단했습니다. 오늘도 한 번 진실을 알려봐요. 왜곡보도 빨리 알립시다!"란 글을 올렸다. 글을 공유한 신도는 지도부의 지시를 전달해주는 직책을 맡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A씨가 전달한 공지사항 캡처본을 보면 "코로나 확진자 관련으로 8시 예배자들은 관할보건소에서 문자가 갈 수 있다. 감기증세가 열이 있을 경우는 가서 말씀하시고 물으면 신천지 성도라고 하고 검사받아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절대 외부에서 예배를 드려서는 안 되고 밖에 돌아다녀도 안된다"고 주의했다. 내부적으로 여러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사태라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평소 탈퇴를 꿈꾸던 A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신천지와의 인연을 끊을 생각이다. 십계명과는 정 반대의 행실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A씨는 "모두 거짓인 걸 알았으니 신천지가 무너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