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뼈 한 조각도 못 찾은 형…고유정에 사형을"

[전남편 살인사건 피해자 남동생 인터뷰]
오늘(20일) 1심 선고…"참혹한 범행 재판부 극형 내려 달라"
"거짓말로 형 성폭행범 몰아…트라우마에 시달려"
'유가족의 시간'은 9개월 전 그대로…"형 죽음 믿기지 않아"
"형 시신 찾지 못한 채 장례식…죄스럽다"

전남편 살인사건 피해자 남동생 강모(35)씨. (사진=고상현 기자)
"2년 만에 아이를 보러 갔다가 한순간에 형님이 돌아가셨습니다. 법정에서도 고유정은 거짓말로 형의 명예를 훼손했습니다. 그런 고유정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무기징역도 원치 않습니다. 꼭 사형을 선고해주시길 간절히 원합니다."

'고유정 사건' 1심 선고를 앞둔 19일 제주시 노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남편 살해사건 피해자 남동생 강모(35)씨는 단호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강 씨는 인터뷰 내내 고유정에 대해선 분노했고, 형의 죽음을 언급할 때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첫 재판 때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고유정이 저희 유가족에게 사과라도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형님을 성폭행범으로 몰아가며 근거 없는 얘기를 쏟아내는데 저희 가족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바로 다음 날부터 부모님은 병원 치료를 받았고, 현재까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전남편 살해사건이 벌어진 지 9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피해자 유가족의 시간은 여전히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머물고 있다. 피해자가 생전에 사용했던 이불, 옷가지 등은 세탁도 하지 않고 뒀다. 방도 피해자가 나가기 바로 전 그대로다.

"형님이 돌아가신 게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형의 체취가 사라질까 봐서 형이 덮었던 이불, 옷을 세탁하지 않았습니다. 거실에서 형 방 안이 그대로 보여서 부모님이 가슴 아프지 않게 문을 닫는 게 제 일입니다."

강 씨는 시간이 흐르면서 "형의 목소리마저 기억에서 멀어질까 두렵다"고 했다. "평소 동생 생일을 꼬박 챙겨주고, 늘 양보했던 착한 형"이었던 터라 형의 빈자리는 그리움을 넘어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시간이 오래 흐르다 보니 형의 목소리가 기억이 나지 않더라고요. 목소리마저 기억이 안 나기 시작하니깐 두려웠습니다. 재판이 시작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주변 지인을 통해서 형의 모습과 목소리가 담긴 동영상을 모으는 것이었습니다."

"형이 생전에 제게 양보도 많이 하고 생일 때는 꼬박 선물을 챙겨줬는데 이제 갚을 길이 없더라고요. 저번에 형님 장례식을 치르는데, 그때는 형을 잃었던 것보다 더 죄스러웠습니다. 뼈 한 조각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강 씨는 1심 재판부뿐만 아니라 고등법원, 대법원 등 상급 법원 재판부에까지 고유정에게 사형이라는 극형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재판부에서 피고인 인권이 아니라 피해자 인권을 중점적으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형님이 못 펼친 꿈,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살았을 인생에 대한 보상, 시신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게 살해하고도 명예를 훼손하기까지 한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사형은 불가피합니다."

"특히 다시는 저희 가족이 겪은 일들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고유정에게 극형을 내려 이 사회에 본보기를 보여주시길 간곡하게 요청하는 바입니다."

피고인 고유정. (사진=고상현 기자)
고유정 사건 1심 선고 공판은 20일 오후 2시부터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의 심리로 201호 법정에서 진행된다.

검찰이 고 씨의 일련의 범행을 "극단적 인명 경시 태도에서 비롯된 계획살인"으로 규정하고 '사형'을 구형한 가운데 재판부의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고 씨는 지난해 5월 25일 저녁 제주시 한 펜션에서 전남편(36)을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지난해 3월 2일 새벽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엎드려 자는 의붓아들(5)의 뒤통수와 가슴 부위를 눌러 살해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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