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조선 임금의 도장, 고국의 품으로

재미교포 이대수씨 기증
내일부터 3월8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서 공개

조선 국새 '대군주보'(왼쪽)와 어보 '효종어보'의 인영(사진=문화재청 제공)
조선이 ‘독립주권국가’임을 만방에 선포한 고종의 국새(國璽)가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1882년(고종 19년)에 제작한 국새 대군주보(大君主寶)’와 1740년(영조 16년)에 제작한 ‘효종어보(孝宗御寶)’를 지난해 12월 재미교포 이대수(84)씨로부터 기증받아 최근 국내로 인도했다고 19일 밝혔다.

국새는 국권을 나타내는 임금의 도장으로, 외교문서와 행정문서 등 공문서에 사용됐으며 어보는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의례용 도장을 일컫는다.


높이 7.9㎝, 길이 12.7㎝ 크기인 대군주보는 사대적 외교관계를 청산하고 독립된 주권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고종의 지시로 만들어졌다. 은색의 거북이 모양 손잡이와 인판(印版)으로 구성된 국새에는 ‘대(大)조선국’의 ‘대군주(大君主)’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이전까지 조선은 명과 청에서 ‘조선국왕지인(朝鮮國王之印)’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국새를 받아 사용했다. ‘고종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 등에는 고종이 국새를 외교 관련 업무에 사용하기 위해 제작했다고 기록돼 있다. 1883년 외국과의 통상조약 업무를 담당하는 전권대신 임명 문서와 1894년 갑오개혁 이후 대군주(국왕)의 명의로 반포된 법률, 칙령, 조칙 등에 국새가 사용된 사실도 확인됐다.

국새의 상태는 양호한 편이나 거북 손잡이 꼬리 아래에 ‘W B. Tom’이라는 영어가 새겨져 있다. 이는 해외로 반출된 국새를 입수한 외국인이 새겼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씨가 함께 기증한 효종어보는 영조가 효종에게 ‘명의정덕(明義正德)’이라는 존호를 올리며 제작된 것이다. 높이 8.4㎝, 길이 12.6㎝에 손잡이는 금빛 거북이 모양이다. 효종어보는 1659년, 1740년, 1900년에 각각 제작됐지만 1659년 어보는 사라졌고, 1900년 어보는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돼 있었다.

문화재청은 이번 환수가 ‘기증’ 형식으로 이뤄진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국새·어보는 대한민국 정부의 재산으로 소지 자체가 불법이라 그동안 주로 압수나 수사와 같은 방식으로 환수돼 왔기 때문이다. 기증자인 이대수씨는 경매를 통해 이들 유물을 매입했지만, 국새와 어보가 도난 문화재라는 사실을 알고 지난해 12월 기증을 결심했다고 문화재청은 전했다. 이번 기증으로 정부는 조선 시대 제작된 국새와 어보 총 412점 중 339점을 보유하게 됐다.

대군주보와 효종어보는 20일부터 3월8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2층 ‘조선의 국왕’실에서 관람객에게 공개된다.
(왼쪽부터)이번 기증에 중요한 역할을 한 김형근 미주현대불교발행인과 기증자 이대수씨 아들 이성주씨, 정재숙 문화재청장, 경북 구미 한국국외문화재연구원 전사무처장 신영근씨(사진=문화재청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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