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영상을 두고 요시카타 베키(심리학 박사) 서울대 선임연구원은 19일 CBS노컷뉴스에 "영상이 올라온 직후부터 일본에서 엄청난 화제를 낳고 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어렵사리 후생노동성(후생성) 허가로 크루즈선에 들어갔던 이와타 교수는 참혹할 만큼 심각한 내부 상황을 전하고 있다. 뚜렷이 구분돼야 할 안전구역과 그렇지 않은 구역조차 확실하지 않았다고 한다. 에볼라·사스 등 감염병을 연구해 온 그는 '어떻게 대처하면 감염을 피할 수 있는지 알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었는데, 크루즈선 안에서 난생 처음 감염 위협과 공포를 느꼈다'고 증언했다."
그는 "특히 중요한 지점은 이와타 교수가 학자로서 양심을 걸고 크루즈선 현장 관료들에게 심각성을 전했더니 쫓겨난 대목"이라며 "조직을 지키기 위해 현실을 외면하는 아베 내각의 맨얼굴"이라고 비판했다.
정권·언론 태도에 따른 사회 인식 변화에 천착해 온 요시카타 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현지 언론이 자국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전하기 시작한 때는 지난주부터다. 그 전까지는 정부 공식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했지만, 외신에서 크루즈선 사태를 대하는 일본 정부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태도가 바뀐 것이다.
"일본 언론은 외신을 통해 관련 정보를 얻으면서, 특히 미국 언론이 크루즈선 문제를 지적하면서부터 '해외에서는 이렇게 보고 있다'는 식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전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 아베 정권을 비판하는 보도도 나오고, 미흡한 대처를 지적하는 전문가들 역시 서서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 日여론 '이번뿐 아니라 계속 이랬다'…"아베에 치명타 될 수도"
"일본 후생성 안에는 도쿄대 법대 등을 나온 전형적인 관료도 있지만, 의사 등 전문가로 채용된 사람들도 존재한다. 문제의 핵심은 한국 질병관리본부와 같은 조직이 일본에는 없다손 치더라도 후생성이 사태 관리를 주도하면 될 텐데, 이마저도 후생성 내 전문성 없는 관료들이 주도권을 쥔 탓에 힘들다는 데 있다."
그는 "이는 아베 내각과 관료들 사이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뿌리내리고 있는데, 후생성 내 전형적인 관료들은, 상대적으로 출세를 염두에 두지 않아 (정권) 눈치를 덜 보는 조직 내 의사 등 전문가 집단과 태도가 다르다"며 "그동안 통제하기 쉬운, 말 잘 듣는 관료들을 중용해 온 아베 내각 흐름에 따라 이번 사태에서도 전문성이 떨어지는 관료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각 분야 전문가를 중용하기보다는 입맛에 맞는 관료들을 선호해 온 아베 정권 특성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오롯이 드러났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정치적인 요인 때문에 조직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셈이다. 사실상 결정권을 지닌 후생성마저 정권 눈치를 보면서 일을 진행하는 탓에 아베 내각이 원하는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다. 지난주 아베 내각과 후생성 주도로 관련 전문가회의를 구성했는데, 이마저도 이상하다.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한다지만, 아베 총리의 부름을 받은 그들이 과연 정치적인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실적이고 전문적인 대처를 할 수 없는 구조다."
전문가 집단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만드는, 현재 아베 정권의 관료 사회를 휘감은 구조적인 모순이 일본 코로나19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 요시카타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는 이번 사태가 아베 정권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베 내각이 이번 (일본 코로나19) 사태에서 드러낸 한계는 그동안 보여 온 공통적인 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고 현실을 외면하면서 자기 듣기 좋은 이야기만 하는 사람을 주변에 두는 방식 말이다. 아베 본인은 그 심각성을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그는 '다 (무사히) 넘길 수 있다'는 이상한 자신감을 키워 왔다. 지금 일본 여론은 '(아베 정권은) 이번뿐 아니라 계속 이랬다'는 데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 기류가 강해지면 결국 정권에 치명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