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2020 희망공약개발단'은 지난 17일 보수 통합신당의 첫 총선 공약으로 '다시! 일어나라, 강한! 대한민국' 국방공약을 발표했다. △직업군인 정년 최대 60세 보장 △현역병 복무기간 재설계 △현역병에 매달 2박3일 외박 제공 △예비군 동원훈련수당 5배 인상 △전작권 전환 연기 등이 주요 골자다.
직업군인 정년 보장 방안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청사진이나 재원 조달 방안 등이 대부분 제시되지 않아 논란을 불렀다. 특히 2박3일 외박 제공 공약은 군사력 공백 및 약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 내부에서조차 '안보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통합당 김영우 의원은 "우리가 어렵사리 미래통합당을 왜 만들었나? 문 정권이 각종 감성적·재정적 포퓰리즘으로 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거 아닌가"라며 "첫 공약이 장병들 매달 2박 3일 휴가 보장이라니, 이게 도대체 국방정책인가, 아니면 청년들을 얕잡아보고 한 번 던져본 어설픈 청년 복지 프로그램인가"라고 반문했다.
정부여당에서는 평소 강한 안보를 내세우던 제1야당이 선거를 앞두고 '급변'한 데 대해 우려를 보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최고위원은 19일 "미래통합당이 군의 전력 공백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월 2박3일 외박 공약을 추진하는 것은 총선에서의 표를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과거 문재인 정부 국방부의 일과 후 외출, 개인 휴대전화 사용 등을 두고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젊은이들 표 때문에 한 짓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고 지적했던 것을 거론하며 "제1야당의 안보에 대한 입장이 선거에서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일갈했다.
정태옥 의원은 자유한국당 대변인 시절인 지난 2018년 3월 국방부의 '병사 복지·병영 문화 개선 방안'에 대해 '대한민국 군대를 수학여행 온 놀이터쯤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당시 송병무 국방장관은 병사들의 평일 일과 후 외출과 개인 휴대전화 사용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우리가 문재인 정부를 못 미더워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안보를 표와 바꿔먹는 짓 때문"이라며 "청춘을 바치는 젊은 군인들에게 힘들더라도 조국의 안녕을 위해서 불편을 참아달라고 호소하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비판했다. 또 "우리나라의 긴박한 안보 상황을 고려하면 군기 해이와 임전 태세에 큰 차질을 가져올 것"이라고도 말했다.
당시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이었던 지상욱 의원도 "모든 것을 떠나 송 장관의 현실 인식은 안이하다고 하기에도 정말 부족하다"며 "이 정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에 선심성 추경에 이제는 군 장병에 대한 선심성 약속까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해 12월 전방부대를 방문해 '평일 외출 허용' 등에 대해 언급했을 때는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이 나섰다.
김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체 이게 군대인가. 학원인가. 병사는 병사다워야 하고, 군대는 군대다워야 하는 게 정상적인 나라 아닌가"라며 "'설마 북한이 쳐들어오겠어'라는 안보 불감증에 걸려 국가안보를 놓고 도박판을 벌이고 있는 진풍경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을 지경"이라고 일침했다.
병사 휴대전화 사용이 시범기간을 거쳐 확대 적용된 지난해 1월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던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대한민국 군대 정신무장 해제 중"이라며 "대한민국 군대가 당나라 군대가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평소 입버릇처럼 '안보는 보수다'를 외치던 보수 야당의 달라진 국방공약을 두고 전문가는 2030 청년 표심을 노린 급조된 공약이라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20대 청년들이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현상이 나타나자, 여당이 인재 영입뿐 아니라 공약 면에서도 청년에 비중을 뒀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청년 인재 영입 등에서 많이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던 통합당 입장에선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 결사반대했듯 안보 강화라는 보수의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며 "총선을 앞두고 청년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급하게 던진 공약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