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해당 환자는 증상이 악화되고 난 뒤 재차 권유를 받아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아가 확진됐는데, 현재는 환자가 의사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강제로 조치할 방법은 전무한 상황이다.
◇ '선별진료소 가보라' 요청 거절… 원장 "강제할 방법 없어"
질병관리본부와 대구광역시 등에 따르면, 31번째 확진자인 61세 한국인 여성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열흘 동안 대구 수성구 '새로난한방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지난 6일 오후 교통사고를 당했기 때문인데 7일에 이 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았고, 오후 9시쯤 정식으로 입원했다.
그런데, 31번 환자는 입원 3일 차인 지난 10일쯤부터 발열 증세가 생겨 의료진은 독감 검사를 실시했고 음성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증상이 계속되자 병원은 14일 영상의학 검사를 진행했는데, 폐렴이 발견됐다. 한방병원이지만 내과 전문의가 있어 관련 검사가 가능했다고 한다.
검사 결과 의료진은 더욱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고 만에 하나 코로나19에 감염됐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에 31번 환자에게 검사가 가능한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것을 2차례 권유했다.
그런데 31번 환자는 자신이 해외여행 이력이 없고, 확진자와의 접촉력도 없다는 이유로 해당 병원에 계속 머무를 것을 주장했다고 한다.
새로난한방병원 장현석 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법적으로 강제로 환자를 보건소에 보내거나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저희는 준비를 마쳐놨지만, 환자분이 안 한다니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병원은 환자의 폐렴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투여했는데 증상은 계속 나빠졌다.
결국 31번 환자는 의료진의 3번째 권유에 17일 대구 수성구 보건소를 찾아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고, 18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만약, 폐렴 소견이 확인된 14일쯤 빠르게 조치가 이뤄졌다면 불필요한 병원 노출을 2~3일 정도는 줄일 수 있었다. 다행인 점은 병원 측이 31번 환자를 내내 4인실에 홀로 입원시켰다는 것이다.
또 31번 환자는 입원상태에서 폐렴이 발견된 이후인 지난 15일 대구 퀸벨호텔 예식장에서 열린 결혼식에도 참석하고, 16일에는 대구 남구 '신천지교회'의 예배에도 참석해 지역사회 전파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코로나19 대응지침 5판이 시행되며 중국 방문력이나 확진자 접촉력이 없더라도 '원인불명의 폐렴'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의사의 소견에 따라 진단검사를 시행할 수 있게 바뀌었다.
31번 환자의 경우도 병원 측이 의사의 소견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의료진의 요구가 있었음에도 환자가 검사를 거부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코로나19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이 높고, 검사 비용도 전액 무료이며, 격리 시 소정의 생활비도 지원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도 "의사가 검사할 필요가 없다고 해도 환자가 해달라고 요청하는 케이스는 들어봤지만, 의사의 요구를 거부한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물론, 31번 환자의 상황도 참작할 여지는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해외방문력도 없고, 확진자로 나타난 사람들과 접촉한 기억도 없기 때문에 자신이 코로나19에 감염됐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의사의 소견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이를 거부할 경우 의료진 입장에서 딱히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데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법이 없는 것이 맞다"며 "가능성이 많이 떨어지는 상황이었기에 환자도 설마 하는 마음이었겠지만, 병원을 방문하시는 모든 환자는 의사의 판단을 잘 따라주셔야만 한다"고 말했다.